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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3천만원으로 필리핀에서 초기 정착할수 있을까 ?

호린(JORRIN) 2011. 5. 23. 18:28

<!-BY_DAUM->

여행좋아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다른 분들께서 참고하시라고 한 가지 예시적인 글을 올립니다.

 

 

제가 머무는 곳은 세부입니다. 필리핀 제2의 도시라고 하죠. 그런데, 말로만 제2의 도시지 실제로 와서 보면 아주 작은, 서울로 치면 대략 2 ~ 3개 구 정도의 크기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도시입니다. 그것도 세부시, 만다웨시, 막탄섬을 합쳐서 말이죠.

 

도로가 좁고 열악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우리나라 같으면 거의 10분 이내에 세부시와 만다웨시 여기저기를 다 다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 작은 도시에도 SM, 아얄라, 로빈슨 등의 전국 체인망의 대형 쇼핑몰이 대략 손꼽아서 10개 가까이 되는 것 같네요. 거기다가 2014년 준공을 목표로 SM에서 자체 사업장 규모로 4번째 크기의 쇼핑몰을 추진하고 있고요.

 

그런데, 이들 쇼핑몰에 보면 아주 작은 오픈 상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대략 1평에서 커야 2평 정도죠. 옷이나 가방 혹은 악세사리 등을 파는 개인 매장인데 자체 매장인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또는 대형 식당 프렌차이즈 등이 입점해 있는 곳보다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밀조밀 모여있죠. 물건도 몇 개 되지도 않고요.

 

이들 매장이 장사가 될까 하는 의구심에서 한 번 물어봤죠. 아무리 안되도 하루에 5천페소는 팔린다네요. 한달이면 15만페소죠. 뭐 소매업 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소매는 아무리 안 남아도 30%는 남습니다. 그러면 5만페소가 최소 수익이네요.

 

수익 5만페소에서 임대료(최대 2만페소)와 직원 월급(일인당 4천페소 전후인 것 같던데, 정확히는 모릅니다)을 제외하면 아무리 안남아도 한 달에 2만페소 이상 남겠죠. 물론, 아무리 안팔려도 라는 날의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죠.

 

잘 나가는 가게는 한 달에 1백만 페소를 훌쩍 넘긴다고 하네요. 물건을 고르는 주인의 안목이 뛰어난 가게겠죠?

 

제가 언급한 가게는 SM이나 아얄라처럼 유동 인구를 많이 끌어들이는 쇼핑몰에 입점한 가게가 아닙니다. 규모도 작은 쇼핑몰에다가 정말 한산한 곳에 위치한 개인 매장이죠. 그런 곳에서 한 달에 최대 1백만 페소의 매출을 올린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매장 임대료는 쇼핑몰로부터 직접 임차할 경우에는 14,000페소 정도. 재임차로 들어갈 경우에는 18,000페소 내외. 관리비 포함입니다. 될성 싶은 쇼핑몰에 한 열 개 정도의 코너를 임차해서 전대한다면 한 달에 적어도 4만페소는 그냥 떨어지겠네요 ㅎㅎㅎ

 

초기 상품 구입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우리 나라에서 2만 5천원에 팔리고 있는 여성용 핸드백 100개를 기준으로 한다면 100만원 정도면 초기상품은 충분할 것 같고, 선반이나 기타 간단한 인테리어 비용에다가 정상적인 매출이 일어나기까지의 몇 개월 운영비만 있다면 별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최대 1천만원을 잡으면 아주 넉넉한 금액이겠네요.

 

젊은 한국인 부부는 이런 오픈 매장을 5개나 임차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리 경기가 안좋아도 1백만 페소는 거뜬히 찍는답니다. 가게를 2개로 터서 운영하기에 직원들도 몇 명되지가 않으니 큰 비용이 들어갈 것 같지가 않더군요. 흔히 말하는 규모의 경제죠.

 

여행좋아님께서 설명하신 것처럼 1천만원이면 충분히 자기 사업하면서 살 수 있겠죠? 

 

세부는 경제 규모가 작아서 사람들의 씀씀이도 작습니다. 제가 2천씨씨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데, 마닐라에서는 별 볼일 없던 중고자동차가 여기서는 정말로 찾으려 해도 별로 보이지 않는 대형 차량에 속합니다. 물론 세부사람들의 SUV 선호 경향도 있지만요.

 

오로지 집 렌트비만 마닐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관광객들 위주의 동네여서 그런 것 같네요.

 

그런 동네에서 조그만 쇼핑몰의 구석진 곳(쇼핑객들이 제일 싫어하는 꼭대기층에서도 외진 곳)에서 외국인 애인을 둔 필피피나들의 구매력 혹은 관광객들이 페이드 걸프랜드의 요구에 응하는 조그만 선심만으로도 월 매출 몇십만 페소는 된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물론 한 가지 단점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 사업을 한다면 언어적 문제 등이 있기에 반드시 감시병으로 부부 중 한 명이 현장에 상주해야 합니다. 즉, 가게에 얽매여 살아야 한다는 거죠.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요령이 쌓이면 구테여 필요가 없을 듯 하네요. 대부분의 가게에 보면 종업원만 근무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사업을 하기 위한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네요. 한 달에 몇천 페소짜리 가장 싼 숙소에서 머물며 그런 가게를 얻기 위하여 몇 달은 발품을 팔고 돌아다니며 또 기다려야 한다는 거죠. 그만한 노력과 인내를 투자하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많은 돈을 가져와 커다란 한식당을 오픈해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상대하는 수 밖에요. 밤마실 다닐 것 다 다니고, 입이 짧다면서 매일 같이 한국식당에서 외식하고 그러면서 적은 자본으로 큰 수익을 노리는 사업을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언어도단이죠.

 

 

제가 왜 이런 사업에 대하여 지식을 갖고 있냐고요?

 

제 여친은 빠르면 1년 이내 혹은 언젠가는 놔줘야 할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젊고 똑똑하고 예쁘고 요리도 잘하지만, 먹고 살만한 아이템은 있어야 겠죠. 낚시로 생선을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밥만으로 수산업을 가르쳐 보려고요. ㅎㅎㅎ

출처 : 가자 아름다운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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