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119카페 게시글 모음

[스크랩] 달팽이가 되었습니다.

호린(JORRIN) 2011. 5. 23. 18:40

민달팽이로 들어와 짐이 많다보니 호텔을 옮겨다닐 엄두가 안났었는데, 자동차를 하나 사고나니 드디어 내집을 지고 다니는 달팽이 신세가 되었네요.ㅎㅎㅎ


한국에서는 보다 더 좋은 자동차, 보다 더 폼나는 자동차가 관심거리였는데 여기에서는 자동차라는 개념이 안전과 직결된다는 느낌이 들어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자동차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안전이 보장된 혼자만의 공간.


어제는 기본요금 거리를 조금 벗어날 정도의 거리를 다녀왔어야 했는데, 택시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주차시설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많이 막힐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이제 겨우 이틀이지만, 혼자서 몰고다니다가 필리피노 기사와 함께 있으려니 자리가 불편하더군요. ㅎㅎㅎ 그래, 너 잘났다고 흉보지 마십시오. 직접 한번 경험해보세요. 한국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언어가 안통하고 표정도 가늠하기 어려운 필리피노와 좁은 공간에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또, 그러다가 혼자서 차를 몰고 다니면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오늘은 슈퍼페리를 타고 난생 처음 세부로 가는 날입니다. 또, 새로운 경험을 하는 날이죠. 민달팽이 시절같으면 비행기를 타고 다니겠는데, 그냥 달팽이가 되고나니 이제는 22시간동안 페리를 타고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초보자가 스스로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요. 일장일단이 있죠. 한국에서 올 때 오버차지로 깍아서 42만원을 냈었는데, 배삯은 그만큼 안되니 조금 절약이 되겠네요. 잠도 푹 잘 수 있고, 귀도 안아플테고요.


"낮설은 타향땅에 그날밤 그처녀와~~" 라는 노래가사와 같이 배안에서 이쁜 여자를 만나 하룻밤 사랑이라도 맺어봤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미리 CD를 한통 구입해서 페리를 탈까요? 김치국부터 마시고 있으면 누가 떡을 갖다주려나요? ㅎㅎㅎㅎ


일전에 올린 글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3개 미인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미인이 세부에서 저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이 무슨 불경스런 생각을...  


회원님들, 주말 재미있게 보내세요.

출처 : 가자 아름다운 필리핀
글쓴이 : 구절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