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리핀에서의 삶

필리핀 모기는 왜 한국사람만 무는겨?

호린(JORRIN) 2011. 7. 18. 22:18

저는 신토불이라고 필리핀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필리피노들 몸에서 나는 냄새가 "챠트니"라는 과일의 일종이라는데 언어가 원할치 않으므로 과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우리네 몸에서 나는 냄새와 너무나 차이가 나니까 모기가 우리만 무는 것 같아요. 함께 있어보면 그네들은 평온무사한데 저만 긁적긁적이죠. 그래서, 한 일이년 이곳에서 살며 그네들 음식을 먹다보면 제 몸에서도 모기가 별로 선호하지 않는 냄새가 날 수도 있을테고, 하루라도 빨리 그 날이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 지난 6월에 한국을 몇일 방문했었는데, 제가 맡아도 제 몸에서 동남아사람들 특유의 냄새가 느껴져서 돌아다니기에 조금 신경 쓰였습니다. 이미 이곳 내음이 몸에 좀 배기긴 배긴 것 같은데도 아직 모기들은 저를 더 선호하네요.


모기에게 물려봤자 2 ~ 30분이면 근지러운 증상이 없어지지만 물리고 난 직후에 상당히 짜증스럽죠. 그래서, 통증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예민한 사람들은 42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물린 곳에 잠시 마사지하면 통증이 바로 없어집니다.


아예 물리고는 못살겠다는 사람들은 OFF라는 약을 노출되는 피부 부위에 바르면 모기 걱정 뚝이지만 약의 끈적임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나면 약을 덧칠해야하나?하고 신경쓰인다는 것이 단점이죠.


저는 요즘 집안에서 전기모기채를 들고 다니는 것이 취미생활이 되었습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보면 바람의 방향 때문인지 얘들이 꼭 오른쪽 발의 바깥쪽으로만 모여듭니다. 그래서 몇번 모기채를 휘두르면 섬찟한 전기스파크음향과 함께 무한한 자비심이 샘솟더군요. 나무아미타불... 남의 피를 노렸으면 네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했었어야지...


SM몰의 에이스 하드웨어에 가니까 충전식으로 모기채 기능만 있는 199페소짜리와 손잡이에 렌턴 기능이 포함된 299페소짜리가 있던데, 멀티기능은 고장이 쉬울 것 같고 또 199페소짜리가 간단히 충전할 수 있기에 그것으로 구입했는데, 하나 더 사서 아래층에도 놔둘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나이가 들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아랫층에 내려갔다가 '아차'하는 후회감에 다시 올라가기는 귀찮고 눈앞에 모기는 보이고...


전기모기채 구입 이후에는 이곳저곳 모두 4개씩이나 있는 스프레이식 모기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도 절약되고 환경에 도움도 되고 몸에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