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리핀에서의 삶

필리핀에서 시외버스 타기

호린(JORRIN) 2011. 8. 23. 12:23

2010년 9월에 마닐라에서 바탕가스 가는 시외버스를 타봤습니다. 차가 낡아서 그렇지 최신 DVD도 틀어주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잘나와서 별로 불편함은 못느꼈습니다.

 

그런데, 시내를 구비돌아 외곽으로 나가는데만 한 시간이 걸리더군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바탕가스에 어느 정도 접근하자 계속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정차했다가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가기를 몇 차례 반복한 후에 세 시간을 한참 넘겨서 바탕가스에 도착했는데, 오줌보가 터지는 줄 알고 혼났습니다.

 

이번 7월 말에 말라파스쿠아를 다녀오면서 세부에서 마야 간 에어컨 버스를 이용해보았습니다.

이름에 에어컨이란 명칭이 들어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에어컨 없는 버스도 있고 그런 버스의 운행 횟수가 더 많습니다. 에어컨 버스는 두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하고 있고요. 외국인이 많이 타서 그런지 아주 최신형 버스로만 구성되어 있더군요. 티비도 엘씨디가 되어 마닐라에서의 후진 버스보다 월등히 뛰어났습니다.

 

세부에서 마야 간 운행 시간은 대략 네 시간 전후로 걸리던데, 장점은 중간에 한번씩 15분간 정차를 하더군요. 우리나라처럼 화장실 이용과 먹을거리를 살 수 있게끔 편의를 제공해줘서 화장실에 대한 공포가 없었기에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출발지든 혹은 중간 정류장이든 일단 시외버스를 타면 차장이 다가와 행선지를 물어봅니다. 그러고는 행선지를 확인한 후에 길죽하게 생긴 영수증철에서 종이 두 장을 잡고는 펀칭기로 구멍을 뚫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손님에게 건네주고는 차장이 돌아가죠.

 

 

위 사진에서 보듯이 영수증은 길게 생겼습니다. 두 사람 분이어서 두 장을 받았던 것이고, 발행번 호를 비교해보면 영수증철에는 같은 번호의 빈 영수증이 두 장씩 있는 모양입니다. 한 장은 보관용, 한 장은 손님용으로요.

 

위쪽의 절반을 보면 1, 7, 0에 각각 펀칭이 되어 있습니다. 그 의미는 요금이 170페소라는 뜻이죠. 그 뒤에 00에도 구멍이 나있는데, 0 센타보라는 의미가 되겠죠. 참고로 필리핀은 달러화의 센트와 같은 의미로 페소화에 대하여 소수점 이하의 화폐단위인 센타보가 있습니다. 대형몰의 슈퍼마켓에가면 1/4페소, 즉 25센타보 단위로 잔돈을 거슬러줍니다. 즉, 아직도 25센타보짜리 동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수증의 아래 절반은 행선지와 관련있는 것인데, 저로서는 아직 해독불가입니다.

장거리 가는데 차장이 표기를 잘못해서 혹은 의도적으로 달리해서 삥땅을 치면 어떻게 하나?라는 고민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인력이 남아도는 이 나라에서는 중요지점에 인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 구간을 탑승하고 가면서 실제 착석 인원과 영수증 발행 인원이 일치하는지 확인을 하기에 그럴 일은 없어보입니다.

 

확인 업무를 맡은 그 직원은 다음 지점에서 내려 반대편 차량도 확인하고... 그렇게 하루를 떼우는 모양이더군요.

 

하여튼 영수증을 먼저 건네준 차장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가 5 ~ 10분 후에 돌아와 돈을 청구합니다. 위의 사진 내용대로라면 저는 주어진 여유 시간 동안에 340페소를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야 하겠죠. 두 사람 분이니까요.

 

 

영수증 옆의 조그만 것은 뭘까요? 우리나라 우표 크기에 2자가 보이는군요.

 

정답은 화장실 입장권입니다. 주차장 혹은 정차장 화장실 이용 시에 이용객들은 작은 것은 2페소, 큰 것은 6페소를 지급해야 하는데, 화장실 운영자는 지방정부에서 저 인지를 구매하였다가 유료 화장실 이용객들에게 입장권으로 지급하게끔 강제하고 있습니다.

앞면 하단에는 "뒷면에 징수자와 사용날자에 대한 이니셜이 없으면 유효하지 않다"는 문구가 새겨져있고, 뒷면에는 사용날자와 돈받는 사람의 기호를 스템프로 찍어놓았던데, 거기에는 아무런 그림이 없이 "OFFICE OF CITY TREASURER"라고 인쇄되어 있습니다.

 

큰 것 볼 때 휴지가 없어도 고민하지 마세요. 6페소를 건네주면 무조건 두루말이 휴지를 꺼네어 둘둘둘 몇번 말아서 찢은 후 건네줍니다. 양은 복불복이죠.

 

시외버스가 이용하는 휴게소 화장실 외의 다른 곳에 설치된 공중 화장실은 저것보다 높게 받습니다. 소변이 대략 5페소정도죠.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화장실 입구에서 남자가 돈을 받던데, 여자가 2페소 내고 들어가서 6페소짜리 일을 보는 것을 어떻게 체크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양심에 맡기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