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리핀에서의 삶

the University of San Jose Recoletos

호린(JORRIN) 2011. 9. 22. 12:09

언제나 그렇듯이, 지나온 8개월 여의 세부 생활을 되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바로 세부에 있는 산호세 리콜래토스 대학에 학생으로 등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6월 신학기 개강할 때 경영학과나 비교적 쉬운 학과를 선택해 외국인 학생으로 등록을 했었어야 했는데, 6월 초의 한국 방문과 잠시나마 예쁜 필리피나와의 알콩달콩 등의 사유로 얼핏 생각만 했을 뿐 그냥 넘어갔었더랬죠.

 

아니면, 집주인(아떼, 상과대학 경영학과 여교수)의 권유대로 제가 임시교수가 되어 한국 관련 강의를 맡았더라도 좋았을지도 모르고요. 저는 공부에 젬병이어서, 특히 고3 올라가면서 중1 영어부터 독학하였기에 영어에 자신이 없었지만, 아떼는 제 영어 발음과 표현력이 충분하다면서 원한다면 강의를 하나 주겠다고 했는데 아예 꿈도 꾸지 않았었죠.

 

그래도 대학 교수와 친하다보니 경영학과 행사에는 거의 다 참석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홀에 있을 때 치뤄졌던 고아원 방문만 제외하고 대학 전체 노래 및 춤 경연대회, 상과대학 교수들 아일랜드 호핑, 양로원 자원봉사, 4학년생 졸업파티(호텔), 새로운 4학년생 학업발표회(Product Launching), 학교 체육대회 등등입니다.

 

2월초의 노래 및 춤 경연대회에서 상대여교수들이 축하 공연하는 장면과 게이 학생이 미국 여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흉내를 내는 장면입니다.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조그맣게 보이는 여자)가 아떼.

 

 

 

 

상과대학 교수들의 아일랜드 호핑 사진도 몇 장 있었는데 찾기 힘드네요. 패스하고...

양로원 자원봉사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 구역이고 또 사진찍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이 또한 패스...

 

4학년 졸업파티 겸 발표회(워터프론트호텔 뷔페식당에서...)

 

행사 시작 전 상대교수들(붉은 옷이 상과대학장, 왼쪽 처음 서있는 여자가 아떼,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경영학과장)

 

 

각 팀들이 자기네가 만든 제품(쵸코렛케익, 커피 등)을 들고와서 교수들 식탁 앞에서 제품의 특성과 마케팅 방향 등의 발표회를 하더군요. 뭐, 제가 알아들을 실력이 아니라서 ㅎㅎㅎ

 

새로이 4학년에 올라온 학생들도 호텔에서 발표회를 하더군요. 이틀에 걸쳐서 하던데 첫날은 발표회, 둘째 날은 축하파티로 이뤄졌습니다.

 

둘째 날 자축파티에서. 꼴에 유일한 내빈이라고 춤추고 노래하는 데 끌려 올라가서 잠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요.

 

 

 

 

 

이번 주에는 학교 내에서 체육대회가 치뤄지고 있습니다. 상과대학장이 거창하게 공문서까지 보내왔기에 고민 끝에 4천페소만 기부하였습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같이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게 아니기에 그냥 음료수나 사먹으라는 의미로 ㅎㅎㅎ

 

이곳 대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형태의 대학이 아닙니다. 그냥 대로변에 건물 하나 있으면 그게 다죠. 그런데, 산호세 리콜레토스는 세부 시내에서 제일 빵빵한 대학이라더군요. 수익사업도 가장 크게 하고 있고요. 그러다보니 콜론에 커다란 건물을 학교로 사용하고 있고, 도로와 접해있는 ㅁ자형태의 건물은 물론 교수와 학생의 학업공간이고, 그 ㅁ자의 내부 공간은 평상 시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체육대회 때는 운동장으로 사용하는군요.

 

내부 야외공간은 대략 농구코트 1면과 배구코트 2면이 나옵니다. 배구코트는 배드민턴 등 다른 것으로도 활용이 가능하고, 1층 실내에서는 탁구경기가 치뤄집니다.

 

 

 

 

보시다시피 시멘트 바닥이어서 슬라이딩 리시브는 꿈도 못꿉니다. 노랑색이 상과대학 상징색인 모양이네요.

 

오늘은 오후 2시에 경기가 있다며 놀러오라고 또 전화가 왔네요. 별로 재미있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특정팀을 응원하기 시작하니까, 게다가 예상 외로 상당히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줘서 재미있게 함께할 수 있습니다.

 

뭐, 기부금을 내니까 자꾸 행사에 불려다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학교를 위해서는 별로 기부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비용을 전액 다 지급하는 호핑이나 호텔 행사 같은 경우에는 숱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는 그네들 초청으로 인하여 완전히 무료로 참가하고 있고, 양로원이나 고아원 방문과 같이 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필요하다는 만큼(즉, 그네들이 하고 싶다는 행사에서 부족한 금액만큼)만 기부했고, 노래경연대회에서는 입장료 낸다고 생각하고 쬐끔 자발적으로 냈고, 이번의 체육대회가 처음으로 상과대학교측 공문을 받아 기부금을 냈습니다.

 

그러면 뭘 후회하느냐? 진작에 2만페소의 1년 등록금(수정합니다 - 외국인 1학기 등록금이 이것저것 합쳐서 2만페소 이상, 최대 3만페소는 잡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만으로 잘못 기재)을 내버린다고 생각하고 외국학생으로 등록하여 학창생활을 시작했으면 영어도 많이 늘었을테고, 이곳은 학교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기에 학생이었으면 온갖 활동을 참여의 주체가 되어 치뤘을텐데 그저 방관자적인 생활만 하였으니 그게 후회된다는 거죠.

 

내년에는 평생 살아갈 터전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살려고 하는데, 그곳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어봐야겠죠.

 


또 다시 편도가 불편하여 어차피 이번 주에는 공부나 운동하기도 힘드니 점심먹고 응원이나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