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횡설수설

단식에 대하여...

호린(JORRIN) 2011. 10. 16. 21:44

한국에서 저렴하게 사는 법

2009. 09. 19 (타카페 게시글)

 

 

지난 4월 30일, 업무적인 목적으로 골리앗을 만나서 술로 이겨보겠다는 무모한 시도를 하였습니다. 나이 50에...

 

결국 다음날 아침에 깨어나 참담한 모습의 저를 발견하고는 대경실색을 하였고, 알아보니 둘이서 쐬주 열 병 이상을 마셨더군요.

 

되돌아보니 지난 몇 십년간 너무 맛있는 것만 먹으려 노력했고, 사회생활에 뒤따르는 회식자리에서 먼저 뻗지 않으려고 기름기 있는 음식만 우겨 넣은 기억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에는 복압을 많이 느끼고 있었죠. 복부비만으로 인한...

 

어찌됐건, 반성문을 쭉 쓰다보니까 그 동안 너무 많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럼 이젠 거꾸로 살아볼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식을 결정하는데는 5분도 안걸렸습니다. 평생 단식을 해 볼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마치 제가 직장들 사직할 때 처럼요... 남들이 들어가기 어려워하는 대기업 등을 그만둘 때도 10분 이내에 결정했습니다.

 

5월 1일부터 시작한 단식, 2 ~ 3일간은 남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죠. 그리고 주위에 알리고, 단식도사님께 물어봤더니 이것 저것 알려주더군요.

 

좌약을 아용한 장청소는 고결한 제 스타일에 맞지 않아서 쳐다보지도 않았고, 그 외의 아주 복잡한 단식조건은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즉, 아침저녁 소금(죽염) 한 알씩 섭취, 그 외에는 하루 종일 물만 마신다...

 

ㅎㅎㅎ 뒤늦게 3일 정도 마그밀이란 천연 성분의 약을 먹어 장청소도 했습니다.

 

돌아다니며 업무를 보다보면 남들 식사시간에 함께 식당에 갈 때도 있는데, 이상하게도 배고픈 생각이 안들더군요. 단식이 체질인지, 원...

 

어쨌든 15일간 단식을 했는데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체력이 안되요.

 

약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세상의 모든 음식에서 마늘 냄새 밖에 안나서 상당히 힘들게 했는데(마늘 싫어하는 외국인들의 고충을 이해했습니다.)

 

열흘을 넘어가니 앉았다가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서고는 얼른 후회합니다. 머리가 핑 도니까요.

 

단식 종료 24시간 전부터 물도 먹지말고, 세수나 샤워도 하지말라고 해서, 여유를 좋아하는 성격 탓에 한 시간 늘여 25시간 이상 금수...

 

그리고 단식 종료와 아울러 물없이 밥 한 공기 뚝딱... 깨끼로(납작하게 눌러) 펀 밥 한 공기 먹는데 30분 이상 걸렸습니다 ㅎㅎㅎ

 

어쨌거나 단식 종료 후 4일차부터는 물 이외의 반찬은 제한없이 무한 급식을 시작하였는데, 이 때까지 대략 14kg 넘게 빠졌습니다.

 

14kg?... 정육점가서 돼지고기 5kg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확인해보세요. 그 세 배 정도되는 양이지요...

 

그리고 이어지는 두 달간의 채식 및 금주 보식기간... 한 달 정도는 채식과 금욕생활을 하라고 도사님께서 가르쳐 주시던데, 워낙 여유로움이 많다보니 따블로...

 

단식 끝날 무렵에 혈압을 재보니 103 / 65  정도였나? 가물가물...

 

보식기간 끝무렵에 하도 어지럽고 무기력해서 고민했는데, 혈압을 재어보니 85 / 48...

 

드디어 7월 15일 저녁, 참치집에서 손님을 맞이하여 쐬주 2잔과 참치회 몇 점.

 

2차에서 카프리 2병...

 

다음 날 저녁의 계속되는 설사...

 

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지 아세요?

 

예전에 못먹고 못살다보니 동네 회갑잔치 같은 곳에 가서 평소에 못먹던 기름진 것을 잔뜩 먹고 집에오면 그 모든 것을 설사로 내보내야 했지요. 장이 놀라서 받아들이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예전에는 화장지나 신문지가 없었으니까, 봄여름가을에는 부드러운 나뭇잎, 겨울에는 새끼줄을 이용하여 뒷처리를 하였는데, 가뜩이나 설사하느라 항문이 부었는데 이것을 거친 새끼줄로 닦아대니까 찢어질 수 밖에요. 그것도 밤 새도록 몇 차례 씩이나...

 

저도 참치회를 먹고 난 다음 날 밤에 '그 땐 그랬지'를 체험했습니다.

 

어쨌거나 참치회를 먹어 고기 취식을 개시하고 난 다음에 사골 곰탕을 저녁에 한 공기 분량씩 6일을 먹고나니 혈압은 정상혈압 110 / 70 정도로 회복

 

그 이후로는 2 ~ 3주에 한 번씩 못이기는 척하고 회식자리에 참가하여 쐬주 2잔 정도와 고기 두어점 먹어 줍니다.

 

그런데, 고기가 별 맛이 없어요, 노린내만 나고요. 쌈장 맛있게 만들어 채소 몇 가지 놓고 먹는 맨밥이 제일 맛있죠. 예전에는 없으면 목이 메어 넘어가지도 않던 국이니 찌게도 필요없고요.

 

그러다보니 저녁이 다되어가면 오늘은 무슨 핑계대고 누구랑 술 마시나? 하고 고민하는게 아니라, 오늘은 무슨 핑계대고 일찍 퇴근해서 술자리를 피하나? 하는 게 제 화두가 되었습니다.(참고로 지난 5월 말부터 일시적으로 직장생활 아닌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5시 반의 총알같은 퇴근길에 시장을 돌아오다 보면 골목 한 켠에 연세가 고루한 할머니들께서 직접 재배한 채소 등을 파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 돌미나리, 호박잎, 상추, 청양고추, 오이, 가지 등을 사서 집으로 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맛난 식사... 쥑입니다. 먹고나면 더 쥑입니다. 설것이할 것이 없습니다.

 

한번씩 고기를 좋아하는 집사람이랑 외식을 하면 그 기름기 지글지글한 연기... 노린내... 담배연기에 아주 힘들어집니다. 회식도 마찮가지고요.

 

어쨋거나, 고기와 술을 안먹다보니 돈 쓸 일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교통카드 충전에 약 2만원, 먹고싶은 채소 사는데 약 만원, 그리고 과일... 이게 답니다.

 

그 외에 쌀이나 쌈장 등이 필요한데 그 비용이야 얼마나 되겠어요?

 

한 달 동안 용돈과 생활비로 나가는 돈이 20만원이 안됩니다.

 

지난 주에 집사람이랑 외식을 나가는데 집사람차 주유등에 불이 들어왔기에 경유니까 가득넣어봐 하면서 호기를 부렸는데, 오마이갓... 9만 6천원... 10만원짜리 하나주고 4천원 받아서 챙겨넣기가 뭐하다고 집사람차 콘솔박스에 넣어줬습니다.

 

한우집에서 계산 나온게 7만 몇 천원... 카드로 계산해서...

 

하여간 잠시 기분을 내느라 지출한 돈이 17만원... 제 한 달 생활비네요.

 

자 여기서 결론 들어갑니다.

 

제가 한국에서 저렴하게 사는 방법!!!!

 

그렇습니다. 술 안먹고, 고기 안먹으면 혹은 외식 안하면 돈들 일 하나도 없습니다. 예전에 부담스럽게 입던 옷들, 이젠 아주 여유롭게 입고 다닙니다.

 

건강? 흥! 의사들 다 굶어죽습니다.

 

과민성대장염과 만성피로 등 잔병치례하던 것들, 단식 이후에 어디로 전입신고해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행불처리할 수도 없고...

 

돼지처럼 식탐만 늘어서 단식 기간 중에는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먹는 소금(죽염) 알갱이가 굵은 게 걸리면 그렇게 좋더니, 단식 후에는 밥 한 공기 얼른 먹고는 더 먹고 있는 저를 봅니다.

 

드디어 7kg 정도 체중을 회복하고는 밥 양도 줄이고, 채소의 양만 많이 늘렸습니다. 더 이상 체중이 늘지 않는군요. 아 참, 저는 아침을 안먹고 점심과 저녁만 먹습니다. 지난 15년간요...

 

 

ㅎㅎㅎ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다보니 모처럼 주절주절하는구요.

 

그래서, 수필은 40대 이후의 인생 경험자들이 느긋한 마음이 들 때 쓰는 장르인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