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기를 기다리며...
4개월 반만에 한국에 들어가는데, 참 내키지 않네요. 더위는 참아도 추위는 못참는 체질이라서, 게다가 지금가면 편도선수술 때문에 한달 정도는 머물러야 하기에 더 꺼려지네요. 여지껏 10년 이상을 뭉기적거리다 수술을 못하고 고생했는데, 이번에 가서도 또 얼마나 뭉게다 병원에 갈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집, 수도, 인터넷 등은 한달 동안 그냥 돈내버리게 생겼고, 돌아왔을 때 자동차 시동이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계속 보안모드로 있으면서 전기를 사용하게 될테니까요. 만약에 완전방전이 될까봐 나중에 점프선 연결하기 좋게끔 주차해놓았습니다.
그래도,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에 집을 양도하려다가 참았습니다. 50만원에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것도 어쩌다 한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부담감을 갖지 않고 빈집으로 내버려두기로 했죠. 물론, 원하는 사람은 있었고요. 워낙 싸게 집을 얻었으니 말로만 듣고도 관심을 많이 가지더군요. 어떤 필리피나는 방문해보고는 꼭 이사오고 싶다며 징징대곤 했는데...
세부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공기 좋은 산중턱에 위치한 방 네개짜리 이층집을 연간 20만페소(500만원) 선불로, 그것도 보증금(디파짓)이 없이, 권리양도가 가능하게 계약했으니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죠.
오늘따라 날이 무척 덥네요. 점심 먹고 샤워 한번 더 하려고 아직 복장을 갖춰입지 않고 있는데, 팬티바람이든 홀딱 벗고든 마음 내키는대로 살다가 이제부터 옷깃을 움켜잡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겁네요.
참,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틀전에 인터넷으로 세부퍼시픽 웹 체크인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번과 다른 것은, 이번에는 미리 좌석도 배정 받아 놨고, 소지물은 작은 배낭 하나 밖에 없어서 그것에 맞춰서 체크인을 하니까 그냥 바로 탑승권이 발권되는 것이었습니다. 프린트해서 45분전까지 출국장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적혀져 있네요. 많이 간편해졌어요.
지난 번에도 웹 체크인을 했었는데, 그때는 중량초과 때문에 추가로 3만원 정도를 인터넷으로 지불하고 공항으로 갔더니 45kg짜리 여행용가방을 무사통과시켜주더군요. 만약에 웹 체크인을 안하고 그냥 나갔으면 적어도 30만원은 오버챠지로 부담했어야 했을텐데요. 1월에 마닐라를 통해서 입국했을 때는 인천공항에서 통크게 깍아준다고 깍아주는데도 42만원을 냈었으니 많이 비교되죠.
최근 몇년 동안은 세부퍼시픽 등 저가항공사만 이용하다보니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앞선 서비스를 체험 못해봐서인지 이런 변화에 아주 감동을 하고 있습니다.
몇푼 안되는 팁에 신경쓰는 것보다 이렇게 변화하는 제도에 빨리 적응하면 더 큰 돈을 절약할 수 있고, 더 편히 움직일 수 있겠네요.
냉장고 안에 있는 찌꺼러기들 몽땅 다 집어넣어 라면이나 끓여먹고 서서히 나갈 준비나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