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나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갑니다.
아침 저녁으로 한시간씩 빠른 걸음으로 단지내를 8자로 돌고, 아령하고, 식사와 낮잠, 안마...
안하던 운동을 하니까 낮잠은 필수고 안마는 선택이죠.
공부하려고 책앞에 앉으면 졸려서 진도가 안나가요.
오늘은 주인집에 선물할 케이크 두개와 수녀원에 가져다줄 배 한박스를 샀습니다. 몇일전에 비자 연장하려고 이민국에 갔다가 외국인 수녀들을 만나 잡담을 좀하고 원하는 곳까지 무료 드라이브도 시켜줬었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수녀원에서 그네들은 철야미사, 저는 조용히 세부 야경이나 구경하다 오려고요. 예수는 싫어하다 못해 증오하지만 어머님의 종교가 카톨릭이어서 카톨릭쪽은 많이 협력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부든 자선봉사든...
나이가 있다보니 살아오면서 개신교 신자와도 몇번 함께 일을 해봤지만, 사고방식이 동화되기 참 힘들더군요. 타 종교에 대하여 공격적이고 이해심이 부족하죠. 유일신이 이 우주를 만들었다면서도 악마는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같은 신을 섬기고 같은 경전을 사용하는 개신교끼리도 종단이 다르면 악마 취급하는 이상한 종교에요. 게다가 종교의 서열에서 보면 목사가 최상위고 그 다음이나 그 다음 다음이 정작 자기네들이 받들어야 할 신이죠.
어머님은 여든의 나이에도 어쩔 수 없이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죠. 무료급식소나 병원에서의 자원봉사는 연세를 핑계로 몇년 전부터 끊었지만, 시체 염하고 장례미사하는 것은 해당 성당에서 어머님을 아직 따라올 사람이 없어서 또 젊은층에서는 시체 만져가며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저냥 하고 계십니다. 어찌보면 예수보다 더 위대하다고 생각되죠.
저는 고등학교를 소위 말하는 미션스쿨 즉, 예수교 재단의 학교를 나왔습니다만 오히려 그곳에서 예수에 대한 증오만 키워서 나왔죠. 원치 않는 주 2시간의 강제수업과 시험, 게다가 재단의 부조리...
예수의 사상이 위대하다고들 합니다만 저는 인정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존재로 생각이 되고요.
그가 아무리 위대한 사상을 가지고 전파하고 이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인 인간들이 그 사상을 살인과 약탈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면 뭔가 잘못돼도 대단히 잘못된거죠. 풀어논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개주인이 배상을 해야하듯이, 살인과 전쟁을 일으키는 도구로 자신의 "사랑"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지만, 그럴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죠. 그래서, 저는 예수를 증오합니다.
마녀사냥이나 십자군처럼 자기네 자체의 문제이거나 대등한 관계에서의 전쟁이야 뭐 그렇다 치더라도, 남미나 북미에서의 인디언 대학살이나 필리핀에서의 1천만명을 넘어가는 대학살 등 이루 열거하기 힘든 대학살 모두가 예수교적 신심이 지극히 두터운 사람들에 의하여 일어났죠.
아들 부시가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도를 하고 잔다고 자랑했지만, 기실은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이라크인을 도살하였죠.
엠비가 서울과 나라를 신에게 봉헌하고서 기껏 고소영내각과 함께한 짓이 광우병쇠고기, 死대강, FTA, 용산사태, 천안함사태, 연평도사태 등 나라를 위기로 몰고갔거나 몰아가고 있는 것들이죠. 타협도 없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오히려 전문가들에게 이해부족이라고 우겨대기나 하고요.
뭐, 종교를 비방하자면 밑도 끝도 없을테니 이 정도에서 끝내고...
내용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지만, 카톨릭 사람들은 만나보면 그럭저럭 인간적인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다른 종교에 대하여 수용적으로 진화하여서 프로테스탄트에 비하여 훨씬 대화가 편합니다.
카톨릭이든 프로테스탄트든 다 함께 어울어져 사는 세상이기에 싫든 좋든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실정이고,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이곳은 카톨릭이 국교나 마찮가지인 필리핀이다 보니 제가 하는 대외활동의 대부분이 카톨릭 신자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카톨릭 신부가 총장 및 부총장인 대학교에서의 각종 행사, 수녀회가 주동인 양로원에서의 봉사활동 등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 종교에 대한 열정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제가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진실은 이네들이 신과 예수를 동일시한다는 것이죠. Why me Lord란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Lord가 곧 Jesus입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신을 사랑하면서도 자꾸 예수란 단어에서 반감이 생기곤 합니다.
원래 서양문명에서 문명화(civilization)란 단어는 기독교화(christianization)와 동의어죠. 그래서, 아프리카와 남미대륙과 호주대륙 그리고 동남아에서 살육과 교육을 통한 기독교화를 진행하였고, 비교적 살육이 덜했던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개종이 덜했지만 살육이 심각했던 지역은 대부분 개종이 이뤄졌습니다. 문명화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서양문명이 기실은 살육을 통한 기독교화만 하였던 것이죠.
뭐,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일이지만, 그런 슬픈 과거를 잊고 그 종교에 심취해 있는 이곳 필리핀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참 신기합니다. 저 같으면 배알이 꼴려서 예수를 밟고 다닐텐데, 이곳은 차가 출발할 때도 성호, 밥이 나와도 성호, 지나가다 교회가 보이면 성호... 하여튼 지긋지긋할 정도로 십자가를 긋습니다. 처음에는 제 운전실력이 못미더워서 그러나 싶을 정도였죠.
조금 전에 한국슈퍼에 가서 배를 사서 나오는데, 계단 앞에서 한 젊은 여자가 크고 작은 아이 셋을 거느리고 동냥을 하더군요. 갖고 있던 동전 중 5페소짜리 한개를 빼고 십몇페소 있는 것을 건네주는데, 이를 본 다른 여자 하나가 잽싸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기에 저도 잽싸게 악셀러레이터를 밟아 도망쳤습니다. 한 200m 정도 더 가서 신호등에 걸려 있으니 아기를 안은 여자 너댓명과 홀몸의 젊은 여자가 차문을 두드리며 동냥을 다니고 있기에 삥땅해둔 5페소짜리 동전을 한 여자에게 건네니 그것을 보고 잽싸게 다른 여자가 와서 자기도 달라고...
이곳은 적선하기가 참 불편해요. 신호등에 걸려 서 있을 때 어린애들이 와서 동전구걸한다고 무심코 줬다가는 낭패를 볼 때가 많습니다. 돈을 받은 놈이 다른 애들에게 큰소리로 알려주고, 그러면 모두 제차로 뛰어와 아주 애절한 목소리로 징징거리기 때문이죠. 뭐 그까짓 것 동전이 있는 한도에서 줘버리는 것이야 별 문제가 아니지만, 패는 놈만 패듯이 동냥도 주는 놈만 준다는 강한 믿음으로 무수한 차량들 중에서 적선한 차량에만 달라붙어 징징대니 참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처음에는 큰돈 아니니까 어지간하면 신호대기하는 곳마다 5 ~ 10페소씩 적선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멀찌감치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신호가 바뀔 무렵에 서서히 다가가서 통과하거나, 돈을 건네지 않고 창문을 1cm 정도(많이 열면 손이 들어와 뭘 할지 모릅니다. 지갑, 목걸이 등을 낚아채서 도망가는 놈들도 있고...) 내리고 노래와 춤을 시키다가 신호가 바뀔 무렵에 5페소 동전 하나를 주고 잽싸게 탈출하는 것이죠. 다른 놈들에게 "나 잡아 봐라~~"하면서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여서인지 아기 안은 여자들이 나와서 평소에 구걸하지 않던 위치에서도 구걸을 많이 하더군요. 섹스의 재미는 자기 혼자 다 보고 애기는 함께 힘모아 키우자는 심보는 도대체 어떤 심본지... 필리핀도 공산화가 되었나봐요 ㅎㅎㅎ
이곳은 카톨릭 국가이다 보니, 콘돔 사용 등의 피임은 안된다는 지도자도 있을뿐더러 그것을 구매할 형편도 안되고, 낙태는 어떠한 경우에도 안되지만 또 아이를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종교적 믿음의 결과가 지켜보는 사람을 참 힘들게 만듭니다.
늘상 웃고 낙천적이라고 생각되는 그 사람들도, 거리를 걸어가는 그네들을 지켜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걸어다니고, 매사 부끄럽다는 것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몇푼 되지도 않는 로드(load - 선불폰 사용자가 미리 구매하여 충전한 통화권리?)라도 보내달라며 구걸하는 용기는 많은 아픔을 바탕으로 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참, 제가 사는 이곳 주택단지에 6명의 경비들이 3명 2교대로 근무하는데, 몇일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큰컵신라면 12개, 오징어짬뽕 12개, 한국산 육포 12봉지를 건넸었는데 오늘 아침 운동 중에 만난 다른 교대조의 경비 얘기로는 신라면 2개씩만 받았다고 하네요. 실상을 알려주고는 확인하라고 했는데, 이러다 살인사건 나는 것은 아닌지...
점심 먹고 바로 낮잠자기가 뭐해서 그냥 횡설수설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든 연말연시든 겨울이든 여름이든 가리지 말고, 메리(merry)하세요.
행복은 내 마음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