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壬辰年

한국 방문...

호린(JORRIN) 2012. 10. 21. 22:54

작년 1월부터 지금까지 약 5개월은 필리핀, 약 1개월은 한국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11월에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내년 5월에 다시 한국 방문, 6월에 세부, 10월에 한국...


국내외 비행기표는 내년 연말까지 대략 14장을 구매해놨습니다. 저가항공사는 프로모라는 행사를 할 때 구매하면 아주 싸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쨋거나 우리나라는 역시 춥네요. 날마다 서너번씩 찬물로 샤워를 하다가 여기서는 하루에 한번 샤워도 귀찮아서 못할 지경입니다. 한국 오기 전에 세부에서 워낙 돈을 많이 써서 당장 움직일 돈이 없기에 그냥 집에서 뭉게고 있으니 뭐 특별히 씻고 치장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돈이 들어오는 내일 모래부터는 또 돌아다닐 일이 많으니 내일까지가 휴가나 마찮가지죠.


9월 하순부터는 거의 날마다 술과 여행과 다이빙을 즐겼다고 보면 될 정도로 많이 놀았네요. 공부는 완전히 잊은지 오래고요.


대략적으로 보면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Camiguin island를 세번째 다녀왔고, 10월 7일부터 11일까지는 Siquijor island와 Dumagete를 다녀왔죠. 그 와중에도 다이빙을 두번 했고요.



까미귄섬은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반겨주는 사람은 많습니다. 미국인 친구, 독일인 친구, 스위스 친구...


눈이 시릴 정도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없지만, 그냥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머무르고 있으면 아무런 욕심도 생기지 않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오토바이를 빌려 섬 주위와 산위를 돌아다니는 맛도 쏠쏠하지만, 이번에는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있기에 경찰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여행을 편하고 맛있게 해주더군요.



시퀴호르섬은 일명 "불의 섬(이슬라 델 푸에고)"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똥벌레가 많은 섬이고, 남미의 부두교처럼 남을 저주해서 불행을 제공하는 망쿠쿠람이라는 악령술사와, 약초나 향료를 이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신비요법가들의 섬이죠. 뭐, Mangkukulam은 이미 대부분 다 사라졌지만요.


시퀴호르섬은 그냥 까미귄섬보다 조금 더 크다는 것만 느꼈을 뿐 특별히 뛰어난 경관을 찾아볼 수는 없었습니다. 단지, 첫날 저녁의 정전 시간동안 올려다 본 하늘이 아주 감동적이었죠.


함께 간 술친구놈이 안주겸 신선한 저녁거리를 사러 Larena 읍내로 나간 사이에 갑자기 찾아온 정전, 이어서 서서히 물러가는 구름, 심지어 다른 섬에서의 불빛마저 차단하려는 듯 인근 섬에서는 번개를 동반한 비.


리조트 제 방 바로 앞의 백사장에서 은하수를 올려다보며 스위스-필리핀 부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로 보낸 한 시간여의 여유가 참 아름다왔습니다. 가끔씩 개똥벌레도 야자수 나뭇잎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었죠.


그 리조트에서 2주 이상을 머물며 그 아름다운 밤하늘을 필리피나 와이프와 함께 즐기던 58세의 스위스남자가 참 이상적으로 보였는데, 막상 본인은 삶에 불만이 많더군요. 65세까지 일하지 않으면 연금을 받을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고, 게다가 요즘은 국가재정의 고갈로 조기은퇴마저도 거의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저를 더 부러워하더군요.


<Siquijor Larena항에 설치된 바지선 발전소 - 섬 전체가 저런 발전소 몇개에서 나오는 전기로 불을 밝힙니다>









<Larena부두에서 바라본 항구 우측의 모습>


<Larena부두에서 바라본 항구 좌측의 모습>



오히려 시퀴호르섬을 다녀오기 위해 이용한 두마게테(Dumagete)시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죠.


자그마하면서도 깨끗한 도시가 오후에 산미겔 필센 맥주 한잔 마시기에 아주 좋았고, 비싼 휘발류값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오히려 저렴했습니다. 


시내 바닷가는 마닐라 베이를 축소해둔 듯 했지만, 도시가 작다보니 교통량도 적고 동냥다니는 아이들도 적어서 밤 늦게까지 식당 밖에 앉아 맥주 몇잔 마시는 것엔 별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두마게테도 까미귄섬처럼 unleaded 휘발류만 판매하기에 매연이 확실히 적었고, 건물 내는 물론 처마지붕 밑에서도 담배를 못피우게 하는 바람에 흡연자에게는 지옥이었지만 제게는 천국이었죠.









<Pulang Bato(악령의 돌)이라고 불리우는 지역 초입의 온천입니다>


<Pulang Bato 계곡>


<Tiera Alta 리조트 내 식당>








<바닷가 스위스인 레스토랑에서... 흰옷 입은 종업원 아가씨의 미소가 참 이쁩니다. 19살이라네요>


시내 바닷가에서 저녁을 먹으러 근사한 이탈리아노 식당에 들어갔더니 한국음식 몇 가지와 일본음식 몇 가지가 보여서 모듬 사시미를 시켰습니다. 우리돈 채 만원도 안되는 금액에 참치회 두가지 6점, 오징어회 3점, 게맛살 3점, 또 뭔지 ㅎㅎ 3점, 미소 된장국, 밥, 야채 샐러드 등이 나왔죠.


산위에 있는 Tiera Alta라는 리조트(식당, 야외 수영장, Zip-line만 먼저 오픈함)에 갔더니 와규 스테이크가 550페소(약 15,000원), 홈메이드 붉은 포도주 완샷이 50페소. 참 착한 가격이죠. 살살 녹는 스테이크와 갈아서 구운 감자, 맥주 한병, 포도주 한잔을 다 합해서 700페소도 안되는 계산이 나왔으니 물가는 정말 저렴하고, 맛은 정말 뛰어납니다.


에어컨이 있고 온수가 나오는 괜찮은 호텔 스텐다드룸이 아침식사 포함해서 하룻밤에 890페소, 퀸사이즈와 싱글사이즈 침대 두개의 전망좋은 커다란 방이 두사람 아침식사까지 포함해서 하룻밤에 1,350페소(약 36,000원)이니 정말로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여행하면서 한국인으로서 한가지 좋았던 것은 PSY의 "강남스타일"이 워낙 인기가 있다보니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틀어놓으면 종업원들이 몰려와 구경하며 웃고 떠들고 함께 춤도 춘다는 것이죠. 그래서, 팁보다도 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참, 시퀴호르섬으로 가는 도중에 세부 본섬에 있는 Kawasan 폭포에 들렀습니다. 모알보알 부근에 있는 폭포인데 지난 번에는 그냥 스쳐지나갔고 이번에는 일부러 돌아서 찾아갔죠.




<수력발전소랍니다>


<첫번째 폭포. 저 땟목을 타고 폭포수를 맞으러 갑니다>


<뭘 상상하든 자유. 전체적으로 보면 뱀의 모양이 나옵니다>


<제일 위의 폭포>





확실히 한국에서는 사진 올리기가 편하네요. 세부에서 여행후기를 올리려다가 느려터진 인터넷 때문에 미루다보니 여행에서의 감동이나 기억이 다 지워져서 뭘 쓰나 걱정했는데, 사진이라도 많이 올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내일은 삐라를 보내니 조준사격을 하니 하는 논쟁이 현실화될지 모르는 날입니다. 미치광이 정치인과 뇌구조가 개인 이익에 편향적인 집단들이 국지전이 벌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바라보는 입장에서 참 답답합니다.


김대중, 노무현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을 욕해도 그것이 국민의 권리였는데, 쥐박이 들어서고부터는 정책에 반대해도 좌빨이고, 틀린 점을 지적해도 좌빨이고, 국민을 때려죽이고 태워죽이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을 욕해도 좌빨이고, 심지어 군대도 안갔다 온 놈들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한다면서 31개월간 특전사에서 고생하다 나온 나같은 사람을 좌빨이라고 몰아부치는 세상이 되었죠.


경찰의 협박과 검찰의 기소남발로 대통령과 생각을 달리하는 국민이라면 그냥 입닥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구경이나해야 하는 시절이니, 만약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숨어들어갈 쥐구멍도 없는 일개 국민으로서 매국노들이 나라의 앞날에 대못을 박는 것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어야하는 현실이 참 피곤합니다.


과연 내일 오전에 판문점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