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2022년을 기다리며...

호린(JORRIN) 2021. 12. 15. 20:07

올해를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는데, 작심 3일이라고, 3일도 넘기기 전에 어떤 충동이 몰려와서 장기 계획을 세우게 됐고, 13일부터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게 11월 초순에 간신히 완성됐습니다.

아울러 코로나 시국이니 신나이 제2권과 제3권도 영한대조본 번역 작업을 해 보자는 결심도 했었죠. 그 두 권의 초벌 번역은 대략 7월에 끝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확인 작업과 재확인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날 아침에 컴퓨터를 켰더니, 파워 팬이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모니터는 먹통.

덕분에 추석 연휴는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지겹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연휴 동안에 검색해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니 최고 사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신 사양에 가까운 새 컴퓨터를 구매했고, 그것이 도착하기를 기다려서 모니터에 연결해 보니, 여전히 먹통.

 

모니터가 고장났던 것이었습니다. 13년 정도 사용한 LG LCD 23인치 TV겸용 모니터였는데, 참 오래 사용했습니다. 전자제품으로는 고장이 날 시기가 한참 지나갔던 나이였죠.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에 LG전자에서 영국에 수출했던 32인치 모니터 중에서 반품되어 되돌아온 리퍼브 제품을 19만원 정도에 구입했는데, 그게 배송되어 설치할 때까지의 며칠을 또 다시 스마트폰 유튜브로 연명했습니다.

 

30년 넘게 하루 12시간 이상 컴퓨터 작업을 했더니, 그 좋던 눈이 다 망가져서, 이제는 안경을 착용해도 눈이 시려서 책은 보기가 힘듭니다. 피씨 모니터는 화면을 조정해서 눈부시지 않게 하고, 워드는 배경을 녹색으로 설정하면 하루 종일 작업해도 불편함을 못 느끼기에, 아마도 PC로 신나이 시리즈 읽는 게 남은 생애 동안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오락거리가 되지 않을까하는 섬뜩한 예감도 들고는 합니다. 원래부터 티비 시청은 취미가 맞지 않았지만, 이제는 영화도 집중이 잘 되지 않고, 특히나 끔찍한 장면이 나오면 시청하기가 아주 힘들기 때문에 다른 소일거리를 만들기가 힘들어져서 그렇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쳐서 새 피씨와 새 모니터로 신나이 2, 3권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시작했더니, 그 동안 안 보이던 오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심심풀이 삼아서 Home with God으로 신나이 시리즈 영한대조본 번역을 시도했던 것이 2011년 중후반 어느 시점이었는데, 그 때 사용하던 작업 도구는 15인치 노트북.

그 이후에 14인치 노트북과 23인치 피씨 모니터를 사용해서 화면의 절반은 영어로 된 원서, 나머지 절반은 한글 번역본을 가득 채워 놓고서 작업했는데, 그 당시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마침표, 쉼표, 다른 문장 부호, 대소문자, 기타 내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질구레한 하자들이, 32인치 모니터로 보니까 갑작스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그게 어떤 부분에서는 내용에도 영향을 미쳤더군요.

 

그러니 새 모니터와 새 피씨로 2, 3권을 재검토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지금까지 ①신나이 1, 영적 교감, 집에, 신나이 2, ⑤신나이 3의 순으로 영한대조본 작업을 진행했기에, 그 순서대로 다시 한번 영문과 한글 번역문 대조 작업을 하고, 최종적으로 신나이 1 ~ 3’, ‘영적 교감’, ‘집에순으로 한글 부분만 읽어보고서, 모든 작업을 종료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섯 권 전체가 1,500페이지이니, 그렇게 영문과 한글 번역문을 대조해서 다시 한번 읽어보는데 예상 소요 시간이 대략 120일 정도. 최종적으로 한글 부분만 다시 읽어보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0일 정도가 예상됩니다.

 

현재 신나이 1,’ ‘영적 교감에 대한 대조 작업은 끝냈습니다. 역시 대화면으로 보니까 소소한 오류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앞으로 남은 세 권의 대조 작업을 끝내려면 빨라야 2월 중에 완료되고, 전체적으로 한글 부분만 다시 읽어보면 3월 말이나 되어야 작업이 완료될 것 같습니다.

 

원서를 읽은 것만 해도 아무리 못해도 전체적으로 50번 이상 읽었을 텐데, 이런 일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지금까지의 작업이 가능했고, 그리고 앞으로 남은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기에, 그래서 현재의 상태와 상관 없이 저 자신에 대해서 만족합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행복감이 저를 채우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일을 시도해 볼 엄두를 낼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당분간은 더 이상 번역 작업에 도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신나이 제4내일의 신을 번역해 보고 싶지만, 당분간은 육체적 현실에 몰두하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신나이 시리즈 10권 중에서 다섯 권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과 완성된 영한대조본을 공유하는 방법도 서서히 고민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어제부터 23일 간 어머니를 모시고 경기도 쪽으로 다니러 왔기에, 사실 왔다갔다 운전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 익숙지 않은 남의 피씨로는 할만한 것도 없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축구는 밤 9시 반, 그 때까지는 그냥 멍 때려야 합니다. '오징어게임'도 시청하지 못한 것이 두어 편 남았고, '사랑의 불시착'도 작년에 6부까지 시청하고 중단했기에 그거나 시청할까 마음 먹고 왔는데, 막상 시청하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관심이 식어버렸습니다. 마치 멀리 떨어져 있는 애인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애정이 식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누워서 폰으로 유튜브를 찝적거리며 이것저것 찔끔찔끔 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행정사시험 관련 동영상이 추천으로 뜨더군요. 호기심에 시청하고 검색했더니, 내년 5월에 1차 시험, 9월에 2차 시험인데, 시험 과목도 몇 과목 되지 않고, 코로나 시국에 집콕하기에 좋은 방법 같아서, 갑자기 내년은 신나이 작업 마무리 후에 심심풀이로 행정사 시험이나 도전해 볼까하는 충동이 몰려드네요. 그런데, 필체가 워낙 악필이고, 그러다 보니 필기 속도가 느려서, 과거에도 다른 자격증 시험에 서술형 과목이 있으면 아예 포기했기에, 그게 조금 걸리네요.

 

한편으로는, 20년 전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이제껏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는데,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머리를 한 번 더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현재로서는 앞으로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자격증을 따려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이것 또한 제가 당분간 고민해 보아야 할 걱정거리의 형태를 띠고서 제게 선물로 다가왔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응시원서 접수 기간에 갑작스런 충동으로 시작해서 결실을 맺었는데, 행정사 시험도 그렇게 해 보고 싶은 것이 제 본질이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솔직히, 추운 겨울은 따뜻한 나라에 가서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공인중개사든 행정사든 무엇인가를 생업으로 한다는 것은 당연히 행위의 제한이 뒤따르니, 그런 자유는 제한적으로 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역량을 점검해 본다는 의미에서는 좋겠지만, 그런 의미만으로는 반 년 정도를 낭비한다는 것이 별로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2021년은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는 해로 만들겠다는 결심으로 시작해서 이틀만에 그 결심을 무너뜨렸는데, 2022년은 어떤 계획으로, 어떤 결심으로, 맞이해야 할까요?

 

닐은 영한대조본을 함부로 공유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그냥 저 혼자서 만족하라고 이 작업을 한 것은 분명히 아닌 것 같은데, 어떤 계획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구는 쉬지 않고 돌면서 나아가는데, 우리는 특정 각도에 처한 지점을 끊어서 년월일이라는 시간으로 환산해서 부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요. 그것은 하나의 환상이지만, 그게 결국에는 우리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해 볼 결심을 만들어 내는 계기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한 해, 모두 좋은 계획을 세워서, 좋은 결실을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