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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귀국한지 벌써 열흘 지났네요.

호린(JORRIN) 2011. 5. 23. 18:51

9월 12일 방필해서 28일 귀국했으니까, 귀국한 것이 이미 열흘하고도 이틀이 지났군요.

29일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 중간에 하루 안마시고 계속 술을 마시고 있습니다.

어제는 점심부터 술을 마시고는 사무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저녁에 또 술자리...

점심때 소주와 맥주를 1:1로 섞어서 1인당 소주 1병씩 마셨는데, 저녁까지 깨지않아서 저녁에는 할 수 없이 술안취하는 약을 먹고 전투에 임했습니다. ㅎㅎ


화이트비치에서는 아침저녁으로 500미터 이상씩 수영을 하고, 공기도 맑고, 쫒기지도 않으며 술을 마셨더니 별로 취하지도 않고 기분이 아주 좋았는데, 여기서는 강남의 비싼 물가를 걱정하며 사업을 논해야하고, 행여나 실수할까 두려워하며 술을 마시다보니 이만 저만 스트레스 받는게 아닙니다.


필리핀에 가면 꼭 사오는게 있는데, 바로 nescafe 커피입니다. 조그만 스틱에 2그램씩 담겨져 있는데, 뜯어서 큰컵에 절반을 넣어 마시면 갓짜낸 원두향이 아주 진하게 우러납니다. 요즘 유일한 사치가 바로 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죠. 커피를 마시는 건지 그리움을 마시는 건지...


원래 아침을 안먹지만, 필리핀에 가면 아침을 먹습니다. 호텔에서 무료로 주는 경우도 있고, 또 아침마다 수영을 하니까 배도 많이 고프고요. 이때 커피를 시키면 nescafe를 갖다 주는데, 얼른 절반을 타서 마시고는 뜨거운 물을 한컵 더 부탁해서 나머지 절반을 갖고 밥을 먹죠.


커피 한잔이 30페소인가 하던데, 한잔 가격으로 두잔을 마시는 호사를 누린다는 조그만 행복에 밥도 더 맛있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설탕과 프림을 안넣어서인지 어느 식당이나 5페소라고 적혀있는 뜨거운 물값은 안받더군요. 그렇더라도 매회 20페소 이상의 팁을 주니까 그네들도 뭐 별로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을겁니다.


아침 수영을 하며 물살을 거슬러 가는데, 순간적으로 오른손목과 오른다리 무릎에 면도칼로 자른듯한 통증이 느껴지더군요. 또 해파리구나하며 계속 수영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나 아파서 20미터를 못가겠습디다. 얼른 나와서 인근 단골식당으로 가서 깔라만시를 달라고해서 즙을 바른 다음에 방에 들어가 샤워하고는 약을 발랐는데, 여지껏 흉터가 남아있습니다.




위 사진은 해파리에게 쏘이고 이틀 후에 찍은 것인데, 아직껏 오른쪽 다리의 ㄴ자 흉터는 남아있습니다.

해파리에게 쏘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주 확실히 배우고 온 한방이었습니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다보니 불과 0.5초도 안되는 사이에 몸의 오른쪽을 훝고 지나갔으니 다행이지, 만약에 제가 물살과 같은 방향으로 수영을 했다면 보다 장시간을 해파리와 접속했을텐데... 가정만 해도 아주 끔찍해지네요.


다행히 상체는 태우지 않으려고 옷을 입고 있어서 무사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겠더군요.


어쨋거나, 이번만큼 특별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선물은 없었던 것 같군요.


어제 술 때문에 외박하고는 일찍 들어오기도 뭐해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서 뭉기적거리다 들어와 서핑 중 끄적여 봤습니다.


주말 잘보내시고, 힘찬 한주를 맞이하세요.

출처 : 가자 아름다운 필리핀
글쓴이 : 구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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