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까띠끌란 공항에서 부두까지…(트라이시클)
공항에 내리면 출구 부근에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고, 여기서 뭔가를 작성하라고 손짓한다. 숙소란에 “미정”이라고 적어내는 사람에게는 뭔가를 자꾸 묻기에 일부러 엉터리를 써냈는데, 가만히 보니 한국사람만 작성하고 외국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다음엔 아예 그 근처에 얼씬도 안했다.
공항에서 부두는 대략 약 500미터 거리 이내, 그래도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걸어서 가는 한국사람은 없다. 물론 여행사 등에서 마중 나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라이시클은 원주민들에게는 얼마 받지도 못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편도에 무조건 한 대당 30페소 받고 데려다 준다. 따라서, 혼자 타면 단가가 올라가고 여러 명이 올라타면 단가가 내려가지만, 한국사람은 주로 커플이 이용하기 때문에 단가는 별로 변동이 없는 셈이다.
10. 까띠끌란 부두에서 보라카이(방카)
외국인이든 필리핀 사람이든 외지인은 인당 20페소의 부두이용료를 납부해야 하고, 인당 17.5페소의 운임표를 구입해야 한다. 나올 때는 부두이용료가 없다. 어느 쪽에서든 표검사하는 사람이 없지만, 전부 다 표를 사는 것 같았다. 승선 전에 승선자 명부에 이름을 직접 쓰고, 좁은 다리를 건너 배를 타야 하는데, 짐들고 가기가 불안하면 포터의 손길에 못이기는 체하고 짐을 맡긴 다음 배에 탄 뒤 10페소 정도 주면 무난하다.
약 15분 정도 방카라는 배로 해협을 건너가면 맨 처음에 스테이션 3에 도착한다. 바닷물이 허벅지 정도 되는 곳에 배를 대는데, 어쩔 수 없이 포터들의 어깨 위에 올라타든지, 물에 빠져 걷든지 해야 한다. 아주 운이 좋으면 백사장에 바짝 붙어서 배를 댈 경우가 있는데, 많고 많은 배 중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그런 행운이 돌아오니 기대하지 말도록… 물론 내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었지만. ㅎㅎㅎ 아내를 마중 나갔다 돌아올 때 우리가 탄 배가 그랬는데, 이후의 모든 배들이 허리까지 빠지는 곳에 정박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은 모두 물에 빠지든 돈은 빠뜨리든 했다.
여자는 두 다리를 붙이고 서있으면 포터가 다가와 한쪽 어깨를 여자의 엉덩이 밑에 대고 여자를 들어올린다. 따라서 여자는 허리를 곧게 펴고 의자에 조신하게 앉은 모양으로 포터의 한쪽 어깨 위에 앉아서 내려가고, 남자는 포터의 목 양쪽으로 다리를 벌려서 양쪽 어깨 위에 앉든지, 포터의 가슴과 등으로 각각 한쪽 다리를 늘어뜨린 모양으로 포터의 한쪽 어깨에 걸터앉아 내려간다.
나는 불안해서 그냥 반바지를 걷고 승선하거나 내렸지만, 짐은 포터에게 맡겼다. 무거운 서양인을 양쪽에서 서너명이 받쳐들고 옮기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운반비로 현지인은 일인당 5페소를 주지만, 한국사람은 걍 20페소를 주고 만다. 그래도 너무나 황송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11. 보라카이의 숙소
처음 혼자 보라카이에 갔을 때는 그냥 가방을 끌고 직진했다, 어딘지도 모르고. 스테이션 3 바로 앞에는 SWISS INN이 있는데, 숙박과 식당을 겸하고 있다. 그 바로 옆 골목이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그 길로 약 60미터 정도 들어가면 숙소가 몇 개 나오는데, 오른쪽에 있는 M & E라는 조그만 코티지에 들어가서 3일 이상 머무는 조건으로 방 하나에 250페소에 계약했다. 뒷날 여행사 직원 말을 들으니 자기네가 해도 400페소 이하는 힘들거라며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기는, 혼자 잔다는 것과 온수 안나오는 걸 트집잡아서 후려쳤더니 그냥 넘어오던데…
온수, 에어컨, 티비가 없어서 그렇지 욕실도 있고, 더블과 싱글 베드 각각 하나씩 있으며, 발코니에는 그물침대가 있어서 홀애비 혼자 수영하고 책보며 여편네 기다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베란다의 그물침대에 누워 “메이” 하고 부르면 여종업원(19세)이 조르륵 달려와 물이면 물(작은 병 15페소, 큰 병 40페소), 맥주면 맥주(365cc 한 병 20페소), 커피면 커피(20페소)를 대령한다. 커피와 세탁(50페소)은 원래 없는 품목인데 내가 팁 줄 목적으로 시키고 용돈 삼아서 건네줬다.
마사지 걸 불러달라고 하면 주인 아들이 데리고 왔는데, 방안의 작은 침대에서 받으니 아주 편했다. 단지, 이런 사유로 내가 시트가 더러워졌다고 느낄 때, 시트를 갈아달라고 말을 해야 시트를 갈아줘서 조금 불편했고, 새벽이면 바로 옆으로 지나다니는 오토바이소리, 낮에는 옆집에서 틀어놓는 라디오소리가 조금 성가셨다.
아내는 사정이 생겨서 뒤 늦게 오게 되었는데, 아내하고 그 방에서 머물기는 조금 뭐해서 다른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다. 여행사 직원이 추천하는 방들을 보러 다니며 내 눈에 들어오는 숙소도 알아보았다.
여행사 직원 추천 제 1위가 통린(Tonglen) 비치 리조트. 저렴하고 깨끗하고 조용하다고 하였다. 여행사를 통하면 $25(약 1,375페소)까지 할인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데스크에 양해를 구하고 안쪽으로 둘러보러 가니까 주인인지 지배인인지 백인이 따라와서 방을 보여주고는 숙박기간을 묻기에 1 ~ 2주 정도 머물 예정이라니까, 비수기에 1,680페소 짜리 세미 딜럭스 룸(성수기 2,800페소)을 1,200페소(약 $21.8)에 해주겠다고 한다. 2,250페소 딜럭스 룸(성수기 3,750페소)은 1,700페소. 둘 다 에어컨, 온수, 트윈 베드, 티비에 매우 깨끗했지만 냉장고가 없었다.
통린 리조트의 장점은 약 20평 정도되는 수영장. 레드코코넛 등 다른 곳은 수영장이 있어도 손바닥만하다. 단점은 비치에서 투어리스트센터 옆 도로를 약 3분 정도 걸어 들어간 다음 좁은 골목길로 더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좁은 골목길을 통해 통린을 지나가야 나오는 초특급 파라다이스 가든 리조트가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보면 멀다고 다 단점이 아닌 듯 하였다. 그 좁은 골목을 조금 더 지나가면 딸리빠빠 시장 한가운데가 나온다.
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이 많이 가는 레드코코넛은 백사장에 인접해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대식 건물이어서 인원의 밀집도가 높고(달리 말하면, 들락날락할 때 항상 복도나 계단, 혹은 현관에서 사람들과 마주쳐야 하고, 게다가 전부 다 한국사람), 가격 결정권이 마닐라 사무실에 있어서 협상도 못해봤다. 여행사를 통해서 마닐라 사무실로 예약하면 대략 5,000여 페소 짜리 방이 1,000페소 선에 협상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둘러보고는 그냥 나오고 말았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있을 수 있는 코티지인데, 카사 필라르, 뱀부, 티롤&티롤 등을 가봐도 하나의 건물에 두세개의 방이 들어가 있는 코티지여서 가격이 싸도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내가 발굴한 비치 샬렛은 티롤&티롤이나 통린보다 비싼 1,400페소에 1주일 이상 머무는 조건으로 계약했지만 하나의 건물에 방 하나만 있는 코티지였고, 건물들간의 거리가 상당히 멀었으며, 2,500평 정도 되는 대지에 겨우 10개의 객실(건물)과 3개의 보조 건물이 있는 정말 한적한 곳이었다. 리조트 바로 앞 백사장을 넓게 확보하여 전용 비치의자와 비치파라솔을 설치해주고, 커피 등의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것이 좋았다.
특히, 식사나 술마시러 다닌다든가, 수영하다가 사무실 옆 샤워시설을 이용하는 등의 목적으로 하루에 몇 번을 들락거려도 종업원 외에는 얼굴 마주칠 일도 없고(물론 전용 백사장에서는 호텔 전용 비치의자를 사용하니 서로 알아볼 수는 있다), 발코니에 앉아 둘만이 오붓하니 식사나 대화를 해도 신경 쓰이는 사람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개인의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더 이상 장점을 열거하기는 그렇고, 하여튼 우리 부부의 취향에는 딱 들어맞는 리조트였다.
결론 : 보라카이에서는 3일 이상 숙박한다고 하면 일단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 단, 크리스마스 이전의 12월은 불가능함. 아울러 공식단가를 왕창 올려 놓고 패키지투어 등 여행사를 통한 할인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호텔 및 리조트는 마닐라 영업소에 가격 결정권이 있으므로 둘러보고 맘에 들 경우 한국인 여행사 직원에게 부탁하면 싸게 얻을 수 있다. 일반적인 리조트의 경우, 엉터리라 하더라도 언어만 통하면 협상을 통하여 더 싸게 얻을 수 있다.
※디럭스 룸 기준 객실료 비교 (단위 : 페소화)
구 분 비수기 성수기 피크시즌 비 고
통린리조트 2,250 3,750 3,750 비수기 본인 네고 1,700
티롤&티롤 1,800 2,800 3,800 비치 앞쪽 기준
비치 샬랫 2,200 3,850 3,850 비수기 본인네고 1,400
○ 티롤&티롤은 냉장고 추가 시 200(성수기 300)페소 추가. 조식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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