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5년전에 네이버 카페에 올렸던 글입니다
작년에 소개 받은 사람이 스쿠버 다이빙 강사를 한다고 해서 의례적으로 인사를 했죠.
나이가 저보다 한 살 어린 40대 중반.
얼마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몇 번 씩이나, 무료로 교육 받으러 오라고...
미천한 사람을 챙겨주는 성의가 고마워 가겠다고 얘기하고는 책을 한 권 샀죠.
소위 말하는 예습을 시작한 거죠.
저는 군에 있을 때 대한적십자사의 인명구조원 자격을 취득했으므로 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집사람은 수영을 못하니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불어 넣기도 했고요.
실제로 2003년 11월에는 보라카이에서 호핑 갔다오면서 고장나서 장시간 멈춰 있는 배 때문에 배멀미를 하는 집사람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서 거의 1킬로미터 정도를 끌고 나온 적도 있으니까요.
드디어 작년 이맘때 쯤, 일요일 아침, 우리 부부는 잠실 보조수영장 앞에서 싸부님께서 도착하기만을 한 시간여 동안 기다렸다가 화장실에서 콤프렛셔로 압축한 공기 한 통씩 차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오전부터 저녁까지 교육을 받고 나오니 저녁이어서 인근 갈비집에서 간단한 쐬주 한잔과 함께 교육 마무리... 강사가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당일 입장료와 장비 대여료 등을 대략 감안하여 일인당 10만원씩 봉투에 20만원 넣어서 전달, 밥값도 계산.
그 다음에도 몇 주 걸러 한 번 더 교육을 받았지요. 이번에는 처제도 델구가서 세 명이서 교육받았지요.
마찬가지로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이때도 비슷한 금액을 집어 넣어 준 것으로 기억.
그리고는 한동안 스쿠버는 잊고 살았지요.
그러다 5월 말 어느 날...
강원도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들이랑 두 팀을 만들어 필리핀 가는데 따라 가자고요.
운전 중이어서 대충 들으니 민도르섬 사방비치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4박 5일 풀코스로 인당 140만원이라고 하더군요.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왜 그리 비싸냐'고 물어 봤더니 뭐 하루에 세 깡이 기본이라고 장비 풀세트 대여료 등이 포함되어 비싸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단 생각은 해보겠다고 하고는 저와 집사람 영문 스펠링을 불러줬습니다. 항공권 부킹한다고 해서...
몇 일 후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을 하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해외 여행은 자유 여행을 원칙으로, 한번에 2 ~ 3주씩 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원가 분석을 해보니 너무 비싼거에요.
1인당으로 따지면 넉넉하게 잡아도 비행기 40, 스쿠버 30, 이동 10, 호텔 20(부부 2인 1실), 식사 10만원이면 널널한데 너무 비싸더군요.
그래서 집사람에게 그런 내용을 이야기 하고는 말했습니다.
우리는 남들 바가지 씌울 때 몇 백만원, 몇 천만원도 바가지 씌울 때가 있지 않느냐, 그러니까 아예 일인당 최소 40만원 ~ 최대 6십만원씩 바가지 쓴다고 생각하고 가자. 대신 몇 일 먼저 들어가서 몇 일 늦게 나오자. 당신이 좋아하는 보라카이든 민다나오 다깍비치든 어디가서 푹 쉬다가 나오자...
집사람이야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애들 밥해주고 학교 보낼 사람을 구해서 우리가 먼저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드디어 어느날 밤에 우리가 내린 결론을 전화로 얘기해주니, 팔팔 뛰더군요. 단체행동에서 먼저 가고 나중에 오는 게 어딨냐고, 그리고 15일 오픈으로는 비행기 좌석도 없다고 그래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유디티 교육 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다큰 어른들이 무슨 단체행동 운운이냐, 그리고 비행기 좌석을 못구하면 내가 구할테니 나머지만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다음날 득달같이 연락와서 좌석을 구했다고 그래요. 그런데 끝까지 일정에 대해서는 무조건 믿으라고, 알아서 한다고 얼버무리고 얘기를 안해요.
예약한 비행기는 대한항공이라더니 결국 돈 만원 싼 아시아나로 마닐라에 와서 우린 하룻밤을 나름대로 재밌게 보냈죠. 마카티 애비뉴 끝에 있는 밀양면옥에서 가는날, 오기전날, 오는 날 해서 세번이나 갈비를 엄청 먹었죠 ㅎㅎ
그리고 공항에서 본진을 만나 사방비치로...
저쪽 팀은 스쿠버 강사가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와 그 딸을 델구 한 팀,
이쪽은 잠수 경력 7년에 50회 이상의 잠수 기록이 있지만 감압을 못배운 사람 하나와 우리 부부, 그리고 그 강사.
씨퀸스 다이버 샾 주인이 한국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다함께 오는 것이더군요.
그래서 그 양반이 불러낸 방카를 타고 바로 사방비치로 갔습니다.
오후 너뎃시에 도착하니 할 것도 없고해서 씨퀸스 다이버샾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 먹고 트로피카나리조트에가서 방을 배정받아 잤습니다.
출발 전에 인터넷에서 보니까 하루밤에 몇 십불하는 방이었는데, 나중에 몇 일 더 있으려고 물어보니 우리가 씨퀸스다어버샾을 통해서 예약한 것이니 그들을 통하지 않을거면 130불을 달라고 하더군요 ㅎㅎㅎ
어쨋든 다음날부터 3일간 하루에 2 ~ 3깡씩 다이빙을 했습니다. 집사람은 한 차례 빠졌고요.
제일 깊은 28m까지 내려가는 다이빙에서 집사람은 위험하다고 쉬라고 하고는 씨퀸스 강사, 저, 7년 초보, 7년 초보 BC 뒷덜미를 잡은 우리 강사, 그리고 저쪽 팀 강사 그렇게 해서 트리거피쉬니 뭐니 보면서 감상을 하는데 갑자기 7년 초보와 저쪽 강사가 공기없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상승...
제가 뒤따라 올라가고, 우리 강사가 저 밑에서 올라오고, 그 밑에서 씨퀸스 강사가 보트에 알리려고 부표에 공기넣으며 따라올라오고...
저는 3일동안 수심계가 고장난, 다 떨어진 BC를 사용했기에 올라가다가 어느 정도의 빛밝기만으로 수심을 판단해 서있으니 조금 있다가 강사가 따라와 제 옆에서 감압 싸인을 보내더군요.
7년 초보는 그냥 올라갔고요.
어쨋든 감압을 하고 올라와 보니 7년 초보와 저쪽 강사는 어느새 배 위에서 쉬고 있고... 아마 28m에 잠시 내려갔기에 별 무리가 없었던 모양이더군요.
배에 올라와 고장난 수심계 핑계를 대면서 그사람의 수심계를 보니 28m를 가르키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보이는 공기게이지...50바
제 공기는 120바가 남아 있었는데, 그것도 5분의 감압 이후에.
나중에 알고보니 항상 그 사람 덕분에 우리 부부까지 중간에 올라왔더군요.
우리 강사의 학교 선배 ㅎㅎㅎ
꼭 그게 아니더라도, 어떻게 첫 잠수에서 18m 다이빙, 그 다음은 그 보다 얕고, 마지막은 5 ~ 6m 다이빙. 스케쥴도 없고, 매번 출발 전에 지도보고 생각나는데로 코스를 정하고...
그런데, 그곳에 있던 중에 겪은 황당한 일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물속에서 사진을 찍고 싶으면 10만원 내라기에 때려치라고 했습니다. 보라카이에서 애들 50불짜리 체험 다이빙을 시켜도 사진에다가 심지어 동영상까지 첨부해서 씨디나 인터넷으로 제공하는데, 그 비싼 돈내고 사진도 별도로 돈을 내라니 좀 황당하지요?
둘 째는, 아는 사이에 뭐라 할 수도 없고해서 강사에게 빙빙 돌려가며 내가 물정을 잘 아니까 이왕 바가지로 온 것 다 알지만, 그건 그거고 기왕온 것 추가 비용을 우리가 부담할테니 잘 먹고 잘 놀다 가자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끝까지 들은 척을 안하더군요.
맨날 씨퀸스에서 먹다남은 반찬에, 다이빙은 체력이 중요하다며 한국식 돼지고기(삼겹살, 수육...)가 다였습니다.
할 수 없어서 우리 부부는 다른 식당가서 새우 등 먹고 싶은 것을 사먹어야 했지요.
씨퀸스에서 우리 부부는 술을 시켜 먹어도 다른 사람들은 술을 안시켜먹더군요. 권하면 잘먹으면서.
노래방에도 가서 보면 일행 7명 중에 우리 부부만 돈을 갖고 다니는지 신나게 먹고 놀고나서 보면 계산할 사람이 없고요.
그리고 강사는 7년 초보와 함께 어디 싸구려 방에 가서 잔다고 가고...
세 번째는, 사방 비치에서의 마지막 날 저녁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강사가 하는 말 '이런데 와서 교육 받고 나면 수고했다고 수고료 주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환장하겠더군요.
내가 교육받으러 올 것 같으면 한국에서 강사를 비싼 비행기 태워서 댈구 오겠습니까? 현지 다이버 샾에서 손님 대접 받으며 교육받지요. 자기네 팀들이 놀러간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온거지요.
아니 필리핀에 바람 피우러 가면서 한국 여자 델구갈 사람 어딧어요? 비싼 일당 쳐줘야지, 비행기 삯이며, 잠을 자도 비싼호텔에서 자야하고, 혼자 있고 싶어도 잘모르는 여자를 옆에 델구 있으니 불편한 여행이 되는데, 그 짓을 왜 해요?
짜증이 나서 그날 저녁 함께 먹은 쐬주 몇 병 값은 계산을 안했더니, 다음날 아주 똥씹은 얼굴이더군요.
마닐라 공항까지 완전히 전투에 나가는 병사의 표정이고, 우리는 몇 일 더 있다가 간다며 공항에 내려주고 돌아서는 그 순간까지 말 한마디 없이 이를 가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요? ㅎㅎ 아직 오픈워터 라이센스도 받지 못했습니다.
돌아와서 전화 한 통 하지도 않았지만, 걸지도 않더군요.
그러다 지난 추석에 문자 하나 달랑 오더군요. 3년 재수 없을까봐 이름만 보고 삭제했습니다.
애구 오늘 시간이 남다보니 수다를 너무 많이 떨었군요....
어디가서 이런 얘기 꺼낸 적이 없는데...
해마님의 글을 보다보니 불현듯 그 때 일이 생각나며 열이 올라 만사 제쳐두고 자판에 짜증을 부립니다 ㅎㅎㅎ
걍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잊고 있던 일이었는데...
가끔가다 필리핀 관련 사이트에서 호핑 시 먹는 음식에 관한 글과 사진을 보면 집사람이 옆에서 한마디 합니다.
작년에 필리핀 갔을 때 코코넛 크랩이 너무 먹고 싶었다고요.
오기 전날 피크닉이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옆 섬에 가서 잠수 한번씩하고는 낮선 비치에서 점심을 먹는데,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전갱이 만한 생선, 닭고기 그리고 식당에서 먹다남아 싸보내준 밥과 김치. 후식으로 수박이었나? 무슨 과일 한 가지...
그 전날 우리부부가 추가비용을 내겠다고 몇번을 얘기했는데도 결국 코코넛 크랩과 새우는 없더군요. 하다못해 망고같은 과일이라도 몇 개 있었더라면...
허기진 덕분에 저는 몇 개 먹었지만, 뭐든지 잘먹던 집사람은 먹는 시늉만 하다 말더군요. 돈 쓰고 바보 취급 당하니 짜증이 나던 모양이지요.
밥을 다 먹고, 손을 씻으려고 보니까 그 흔한 깔라만시 하나 없어요. 얼마나 타이트하게 싸 보냈으면...
이상입니다. 이제 두 번 다시 불평 안할께요.
전 원래 알고 속아주지 모르고는 안속아요. 그리고 속고 난 다음에는 얼른 잊으려고 노력하죠.
아니, 노력이 아니라 아예 신경을 안써서 절로 잊어요.
그런데 해마님 글을 보니 어쩌다 흑흑...
참, 한 개인을 비난한 것이지 스쿠버나 스쿠버를 하는 모든 사람을 비난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믿어 주세요. 저도 언젠가는 강사 자격까지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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