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에 필리핀으로 온 이후, 모든게 도전이었죠.
마닐라로 온 다음날 필리피노에게서 자동차를 샀고, 필리피노와 함께 이전등록을 마쳤고, 세부로 오자마자 그 다음날 필리피나가 주인인 렌트하우스를 결정하고, 이전의 계약서를 읽고서 제 조건에 맞게끔 수정하고, 그 다음날에 이사하는 등 영어실력과는 상관없이 무작정 부닥쳐봤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수리는 참 자신이 없더군요. 기술적인 단어를 모르니 설명할 방법도 없을테고, 잘못하다가 바가지쓰고 부품 바꿔치기 당하는 것은 아닌지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어느날 타이어에 바람이 많이 빠져있던데 펑크(flat tire)가 의심이 되고, 또 엔진오일 교환도 생각나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센타로 갔습니다. 1급기술자가 세부에 와서 현지인들을 데리고 운영하는 곳이었죠.
타어어와 엔진 체크를 부탁했더니 타이어를 꺼내보니 나사가 하나 박혀있었고, 엔진오일은 위험수준으로 줄어들어 있고, 미션오일도 색이 안좋다며 한꺼번에 다 갈 것을 권유하던데, 중고차를 사서 마닐라에서 세부까지 몰고 왔기에 안그래도 마음이 많이 찝찝하던 차라 흔쾌히 수락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미션오일은 절반만 갈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기계가 없어서 절반만 간신히 끄집어내고 절반을 채운 후, 다음번 엔진오일 갈 때 한번 더 갈면 될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몰라서 남을 이용하는 바에야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줘야죠. 한국인 주인은 작업지시를 내렸고, 필리피노들이 제 차를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엔진오일 교환 후 약 2 ~ 3주가 지나서 뜬금없이 엔진오일경고등이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지... 몇번을 내려서 엔진오일 체크를 했습니다. 양과 질에서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는데 왜 수시로 경고등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지를 몰라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경고등이 들어와있는 시간도 갈수록 길어지고요.
어느날 점심 무렵에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나갈 일이 있어서 다시 한번 그 정비업소에 들렀습니다. 주인 왈 "이전에 몰던 필리피노가 돈을 아끼느라고 엔진오일을 자주 갈지 않았기에 찌꺼기가 생겼을 수가 있고, 아마도 그것이 오일펌프나 필터를 막고 있을 수가 있다. 완전히 막히면 차는 길 한가운데에서 설 것이다. 아침 일찍 차를 맡기면 완전히 뜯어보고 원인을 알아본 후에 수리하여 저녁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
해서 조만간에 차를 아침 일찍 몰고와 넘겨다주기로 약속하고는 집으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필리피노가 넣어둔 엔진오일로 한달여간의 운전에 전혀 이상이 없었는데, 새로운 엔진오일을 넣자마자 찌꺼기가 발생했다면 이전의 엔진오일이 문제일까 혹은 지금의 엔진오일이 문제일까?
만약에 지금의 엔진오일이 문제라면, 문제를 만든 당사자에게 차를 몰고가서 비싼 수리비를 물어줘가면서 점검을 받는게 나을까 차라리 다른 곳에 가는 것이 나을까?"
두어주 후에 이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다고 생각이 들 때, 액셀러레이터를 아무리 밟아도 극히 짧은 순간 외에는 항상 경고등이 들어와 있을 때, 차를 몰고 닛산자동차 정비센터로 갔습니다. 증상을 보더니 알았다면서 접수사무실에서 기다릴 것이냐 집에가서 대기할 것이냐를 묻기에 당연히 집에 가있겠다고 대답했죠. 여기는 필리핀이니까요. 몇일은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죠.
집에와서 두어시간 지났을까? 전화가 오더군요. 다고쳤다고. 이런 기적같은 경우가...
수리비를 물었더니 잘모르겠다면서도 싸게 해놓겠다는 립써비스까지...
택시타고 날라가서 아끼던 애마와 눈물의 재회를 하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이런... 허걱!! 정품을 사용하고도 카센터보다 더 저렴하기까지?
뭐 뜯어봐서 원인이 뭔지 알아보고 하루 안에 수리해서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연결해서 체크한 후에 엔진오일과 필터만 교체하고 말더군요.
비슷한 경우가 몇건 더 있습니다. 세부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각종 전자제품과 인터넷연결 등으로 정신을 많이 써야 했으니까요.
결론은? 현지에서 산 물품은 현지인이 운영하는 직영 A/S센터를 이용하라입니다. 차는 제조업체 정비소, 인터넷은 PLDT서비스센터 등등
여기서는 한국인들간의 경쟁이 거의 없다보니, 어줍잖은 지식으로 필리피노 테크니션이라 불리는 기술자들에게 대충 작업시키는 사람을 몇명 봐왔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뭘 맡기면 필리피노와 똑 같이 행동하더군요.
불리할 때는 전화 안받고, 변명은 꼭 필리피노 테크니션이 출장 중이라거나 결근이어서 어쩌고 저쩌고, 심지어 몇일씩이나 텍스트나 전화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매일 감감 무소식이더니 어느 날은 한다는 변명이 로드가 없어서...
제 앞에 앉아서 대화하다가 전화를 받아서도, 미안한데 필리피노 테크니션이 없어서 미처 연락을 못드렸다며 핑계대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앉아 있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차라리 필리피노들에게 일시키고 느려터졌다고 일을 잘못 처리했다고 비아냥 거리는게 마음 편할 것 같아서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필리피노들과 안되는 영어로 협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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