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필리핀에서의 삶

Camiguin island - Motor cycle dairy

호린(JORRIN) 2011. 9. 7. 03:02

고등학교를 거의 꼴찌 성적으로 다니다가 운 좋게 대학도 가고 영어도 조금 공부했었는데, 그것이 나이 들어 필리핀에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했네요. 비록 단어를 나열하여 대화하는 수준이지만요.

 

까미귄섬에서 천둥이를 만났습니다. 90cc 붉은색 오토바이죠. 체게바라처럼 시가를 물고 멋진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지만 초보운전자 주제에, 또 담배 끊은지도 19년째다보니 그냥 생략하고 이틀은 반경 15km 정도 이내에서 운전연습 겸 가벼운 관광을 즐겼고, 이틀은 강행군을 하여 까미귄섬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를 돌아 아마도 체류시간 대비 가장 많은 곳을 가 본 여행자가 아닐까라는 자만에 빠져 봤습니다.

 

우선 필리핀에서 진정한 모터사이클 드라이버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면 일단 자켓을 입어야겠죠? ㅎㅎ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그 무더운 나라에서 두터운 털잠바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저도 어쩔 수가 없더군요.

 

오토바이 렌트비를 빼려고 새벽바람을 맞고 달리려니 뼈가 시려요 ㅡ.ㅡ 할 수 없이 비상용 바람막이를 입고 달렸습니다.

 

 

오토바이를 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이 1단 기어였습니다. 워낙 힘이 강해서 골목길 입구에서 조심한다고 1단을 놨다가는 악셀러레이터를 조금만 당겨도 벼락같이 튀어 나가려 하기에 상당히 불안했고, 좁은 비포장 산길에서 쬐끔 편하게 하려고 1단 기어에 의존하여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을 하려다가 두 번이나 오토바이를 넘어트렸죠. 그 중에 한번은 함께 넘어졌었기에 손바닥과 발목 부근에 조그만 상처도 났었습니다.

 

평지에서는 어지간하면 2단 기어를 넣고 출발하는 것이 좋더군요. 시속 20km 정도되면 3단 변속.

 

대략 40km 정도의 속력에 이르면 4단 기어를 넣게 되는데, 이후에 60km 정도까지는 그럭저럭 올라가지만 90cc의 엔진으로는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70km 이상의 속력을 내기는 어렵더군요. 그래도 자동차로 시속 200km를 달려가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저 앞에서 제가 들어갈 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도 들더군요.

 

그렇게 다니며 찍은 사진 몇 컷...

 

Katibawasan falls(70m 높이의 폭포)에서 Cagayan de oro city에서 관광온 어느 sister와...

 

 목에 찬 것이 바로 천둥이의 시동키

 

해안 일주도로 중 서북쪽 어느 한가한 곳에서...

 

 

까미귄섬의 남동쪽에 있는 Guinsiliban. 이곳도 북쪽에 있는 맘바하오 피에스타의 준비 분위기로 달아 오른듯하네요.

 

 

인공석호에서 물고기를 양식하고 있습니다. 그 주위에 몇 채의 집들이 있는데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2층집들이 월세 12,000 ~ 14,000페소입니다.

 

 

맘바하오시의 Balbagon항구. 세부나 보홀(학나, Jagna)을 다니는 배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입니다. 카가얀데오로행 페리는 Guinsiliban항구에서 다닙니다.

 

 

발바곤항구 바로 옆에 있는 Bahay-Bakasyunan sa Camiguin resort. Camiguin 최고의 리조트라는데 뭐 별로 정이 가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4천페소가 아까울 정도...

 

 

아침 노을이 사물의 모든 색상을 다 바꿔놓더군요.

 

 

아침 노을... 보는 것보다 사진이 더 아름답죠.

 

 

오토바이의 장점은 우선 자유롭고, 휘발유 1리터로 6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는 경제성, 뜨거운 한낮에도 땀을 바로바로 날려버리기에 더위를 모르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등이죠.

 

 저렴하지만 나름대로 편안한 Jasmin by the sea resort. 우측 끝방에서 하루 600페소를 내고 바다 소리를 들으며 잤습니다. 다른 곳에서 500페소까지 부르는 오토바이(motorbike)도 300페소로 할인해줘서 4일간 몰고 다녔고요. 스위스 남자와 필리피나 커플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Tuku... 영어로는 Gecko. 밤이면 저곳에 자리를 잡기에 아예 메뉴판 위에다 뚜꾸(겤코)자리라고 써놨네요.

 

 

천둥이... 90cc의 작지만 강력한 엔진

 

 

Sunken cemetery 부근의 오래된 건물들 흔적

 

 

Buda soda spring

 

 

Katibawasan falls... 70m

 

 

Walkway, the old volcano

 

 

Sto. Nino cold spring

 

 

 

 

 

 

Mambajao airport

 

 

 

 

 

 

 

 

 Tangub hot spring. 에게게... 세숫대야만하네 ㅎㅎㅎ 바닷물과 어울려 그냥 따뜻한 정도

 

 

Tangub hot spring옆에서 술마시는 사람들

 

 

Tuku... I love it

 

 

Mt. Hibok-hibok volcano

 

 

바나나 꽃

 

 

Giant clam 양식장겸 연구소

 

 

까미귄에서는 트라이시클이 금지되어 있고, 대신에 모토렐라(motorela - 태국의 툭툭과 유사)가 운행됩니다. 무게 중심이 오토바이 뒤에 얹히다보니 효율이 높아 매연이 훨씬 덜하죠.

 

 

섬의 남쪽 Catarman에 위치한 Catarman coral dive resort 직원들. 좌측 아가씨는 아이가 둘인 아주 매력적인 아가씬데 남자가 도망갔다네요. 왤까요?

리조트 주인은 필리피논데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지난 4년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답니다. 매일 적자가 나서 생돈을 밀어넣다보니 방문하고픈 정이 없겠죠. 다이버샾도 문을 닫았고, 투숙객도 아예 없습니다.

 

 

일주도로에 붙어 있는 어느 고등학교. 계단에 지붕을 씌워놓아 학생들이 휴게 장소로 이용하고 있음.

 

 

구경거리가 별로 없는 시골이다보니 초등학교 장기자랑 같은 행사에 주민관람객이 더 많았다는...

 

 

 바닷가 렌트하우스 - 2만페소/월. 노퍼니쳐. 5룸

 

 

 

 

 

집 마당에서 바로 수영장으로 직행할 수 있으며, 반찬거리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맘바하오 시내까지 대략 10분거리 

 

4일간의 오토바이 여행으로 얼굴, 손등, 허벅지, 종아리쪽은 거의 원시인 수준입니다. 

 

 

세부에서 까미귄으로 가는 배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출발하고, 돌아오는 배는 일요일 저녁 8시에 출발합니다. 그래서 까미귄에서 8박을 하려고 했는데 예상 외로 돈을 많이 쓰다보니 통장에 있는 비상금까지 쓰기가 뭐해서 예정보다 이틀 빠른 금요일 비행기로 돌아오려고 했습니다만, 10좌석 밖에 안되는 소형비행기라 풀리북...

 

비상금을 쓰면서 일요일 밤배를 기다리느니 보홀의 학나(Jagna)를 거쳐(페리), 탁빌라란(Tagbilaran)으로 가서(버스나 지프니) 고속페리를 타고 세부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학나행 페리(425페소)를 탔습니다. 시속 10km 정도로 움직입니다. 빤히 보이는 곳까지 5시간씩이나... 

 

 

보홀섬 학나(Jagna)항구. 정박 로프를 견인할 작은 로프를 던질 준비를 하는 선원이 보이네요. 저 가느다란 로프의 끝에 무거운 것을 달아 부두로 던지면 부두의 작업자가 그것을 받아 당기고, 그러면 갑판쪽에 보이는 저런 굵은 로프가 끌려가게되어 결국 그 굵은 로프를 부두의 정박 말뚝에 고정시키게 됩니다.

 

 

학나에서 탁빌라란까지 가는 15인승 승합차(3인용 좌석 × 5열)에 운전사 포함 19명이 타야 움직입니다. 즉, 첫 열만 운전에 방해가 될까봐 3명이 앉고 나머지 열은 4명씩 앉히는데 덩치큰 백인과 척 보기에도 120kg은 넘어 보이는 필리피나가 앉았던 2 ~ 3열, 또 남자만 4명이 앉은 마지막 열은 거의 죽음이었고, 우연찮게 남자 둘 여자 둘 사이좋게 앉은 4열은 파라다이스였죠. 탁빌라란까지 1시간 정도 소요, 100페소.

 

 

탁빌라란에 도착하면 트라이시클을 타고 부두로 이동해서 한두 시간 기다린 뒤에 페리를 타고 세부로 넘어갑니다.(페리 두 시간 소요 500페소)

 

결국 아침 7시경에 혹시나 예약 취소된 자리가 있을까하여 공항에 갔다가 대략 7시 15분경에 발바곤항구에 도착해서 저녁 6시 반에 세부에 도착하였으니 고생만 잔뜩하고 온 셈입니다.

 

끝으로 까미귄 방문 소감을 말하자면.... 걍 좋습니다. 말할 수 없을만큼 좋습니다. 환상적인 화이트비치가 없어도, 환락시설이 없어도, 공산품 등의 물가가 세부에 비해 20% 정도 비싸도, 너무나 따분해 미칠 것 같아도, 독일인과 스위스인 위주의 레스토랑이어서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지만, 이쁜 아가씨들은 전부 다 대도시로 떠나가버렸지만...

 

맑은 공기, 순박한 사람들, 여유로운 주민들, 테러 이미지의 민다나오에 속하다보니 그렇게 많지 않은 관광객들, 예상과 다르게 도로와 전기와 수도에 있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상적인 주거환경, 도로 위로 뻗쳐진 나뭇가지에서 망고가 떨어져 굴러다니는 풍요로움 등등

 

 

 

Pare!(빠레에, brother), I miss you...

 

까미귄 방문기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