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진중권이 곽노현교육감 사건과 관련하여 건국대 한상희교수에게 다름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3) 만약 보수에서 후보를 하고는 가 지난 후에 돈을 주며 '선의였다'고 주장하면, 처벌하지 말아야 하는가?
위 질문을 게시한 뉴스기사를 처음 접하고 느낀 것은 바로 진중권의 모습에서 고 노무현대통령 사건 때 자칭 진보라고 주장하는 언론들이 스스로 노전대통령을 단죄하고는 마치 가장 깨끗한 언론인양 서둘러 노전대통령과의 연결의 사슬을 끊으려고 호들갑을 떨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진보는 스스로 가장 깨끗한 척 티를 내다가 분열로 망한다는 지금까지의 속설에 의하듯, 진중권은 스스로를 가장 도덕적이라고 자부하면서도 타인의 흠결은 과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 앞서 사법에 대한 기대 역할을 살펴보자. 사법은 백성을 엄정한 잣대로 다스리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횡포에서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였다. 권력자의 자의에 의한 과도한 평결이나 처벌을 방지하고, 이를 위하여 피의 사실이 인정되는 백성일지라도 판결 이전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유지하며, 그 처벌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도록 계량화하였다.
이제, 사법의 이러한 기능을 감안하여 보수의 대표적인 BBK사건과 진보가 관련된 사건들을 대비해 보자.
노대통령사건, 한명숙전총리사건, 김종익민간인사찰사건, 곽교육감사건 등의 피의자는 국가최고권력자가 손을 봤으면 하는 대상자들이고, 그 결과는 어떻했는가? 언론을 이용한 허위사실공표는 기본이고 거짓 증언 및 증거 조작에 더하여, 가해자는 숨겨주고 피해자의 상처를 키우는 것이 우리나라의 검찰이 하는 행태이고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것이 사법이다.
게다가 BBK같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을 감추거나 축소하고 더 나아가 기소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검찰의 위상이며, 그들은 그 행위를 통하여 통치자의 권력을 나눠먹고 있고, 그 어디에도 사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불완전한 정보를 가진 국민들의 여론 재판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사법 현실에서 과거 보수의 도덕적 스캔들과 고 노대통령사건이나 곽교육감사건을 동일한 선상에 두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즉, 보수의 도덕적 스캔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기에 스캔들로 불리우고 여론 재판의 놀림감이 된 것이고, 양심에 걸릴 것이 없는 진보의 사건은 검사가 억지로 법의 테두리에 끼우려 덤벼들었기에 사건이라 불리우는 것이기에, 그것이 사건으로 불려진다고 해서 스스로 유죄 추정을 할 필요는 없다.
둘 째로, 진중권은 진보에게 동일한 상황에서 2억원 쾌척이라는 동일한 행위를 할 것인가?를 질문하였는데, 인간은 동일한 상황을 여러 차례 마주치게 되지만 매번 동일한 반응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동일한 상황에서 동일한 반응을 나타내게끔 마음을 다스린 성직자를 흔히 "큰스님"과 같은 호칭으로 부르며 존경을 표시한다.
우리가 법과 도덕을 생각하고, 우리가 해야 할 행위를 생각할 때 전제 조건으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모두가 이 행위를 할 때 우리 국가, 나아가 인류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전쟁이 되풀이 되는 종교 싸움에서, 매국과 탐관을 일삼는 지도자의 길에서,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국가나 지구는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낙원이 될 것이다.
곽교육감은 선거와 어떤 사건에 대한 인지,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2억원의 베품이라는 행위가 발생하는 아주 긴 기간동안에 무수한 의사결정을 행하였고, 그 결정된 의사를 되돌릴 기회도 무수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고뇌와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을 계속 유지하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왔다. 보통 사람은 이해 관계에 따라 수시로 마음이 변하고 심지어 시간이 지나갈수록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엷어져감에도 불구하고 곽교육감은 이를 끝까지 지켜냈다는 점을 우리는 본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유사한 상황에서라도 이처럼 베품을 행한다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이를 비난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곽교육감은 두 수하들간의 술자리 횡설수설을 선거가 한참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오랜 기간동안의 고민 후에 자살을 운운하는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돈을 건네주었다는 곽교육감과 주변의 진술이 맞았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이다.
경우에 따라서, 곽교육감이 선거 이전에 이 사실을 알았다거나, 혹은 법적으로 위반한 사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동일한 상황에 동일한 대처가 권장할 사항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지켜보자는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너무나 유치하기에 어의가 없어 그 답변이 망설여진다. 보수든 진보든 의도적으로 기획된 범죄행위를 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검찰이 기소하여 처벌을 받게하여야 마땅하다. 즉, 조직된 범죄의 경우에 한해서이다.
곽교육감이나 사건 관련자들은 이번 사건이 기획된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독재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검찰은 이를 사전에 조직화된 범죄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런데, 문화평론가란 작자는 이미 곽교육감 사건을 사전에 기획된 사건으로 단죄를 하고는 "보수가 그렇게 해도..."라며 말장난을 늘어놓고 있다.
처칠이 말한 것처럼 계란을 낳지 않는 사람도 좋은 계란인지 나쁜 계란인지 알 수도 있고 평할 수도 있다. 오히려 전문가라는 사람은 장비 등을 이용하여 객체를 더 잘 판단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사회적 행위나 흐름에 대한 평론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 사회를 옳바른 방향으로 몰고가게끔, 더 좋은 계란을 생산할 수 있게끔,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평론가다.
그렇지만, 평론가가 자기 입맛에만, 자기 식견에만 맞는 계란만을 사회에 요구한다면 그 평론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업적은 맹목적으로 자기를 믿고 따라오는 사람들을 엉뚱한 길로 안내하여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 뿐이다.
가끔은 남의 계란만 맛볼 것이 아니라, 내 계란도 남에게 평을 받아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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