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필리피노들이 발음은 TUKU라 하면서 표기는 TOKU라고 하던데,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뚜꾸'라고 한글로 쓸게요.
제가 사는 집은 빌리지 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닭우는 소리도 멀리서 들리기에 아침잠을 성가시게 깨울 일이 없죠. 그런데, 가끔 한밤중이나 새벽에 자명종보다 더 크게 울부짓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바로 이 뚜꾸라는 놈의 울음소리인데, 이 놈이 한 번씩 제 방 창문 부근이나 혹은 창문형 에어컨 위에 달라 붙어 울어대면 그 소리가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커다란 조류의 울음소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뚜꾸라는 파충류의 울음 소리더군요. 필리피노들의 설명에 의하면 뚜꾸는 일종의 커다란 '리자드(도마뱀)'라는데, 크기가 사람 손바닥보다 큰 모양입니다. 그 큰 몸집에서 개구리처럼 울음주머니를 공명시켜 울어대니 울음소리의 크기를 대충 상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게다가 사람에게 달라붙기도 한다니 참 끔찍하죠.
저는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그 울음소리는 날마다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사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대지가 비어 있어서 바나나, 나무 등이 자라고 있고, 그 곳에 뚜꾸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지 내 곳곳의 대지가 비어 있기에 그곳에도 뚜꾸가 살고 있죠. 그래서, 날마다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뚜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 창문 옆에서 울어댈 때 깜짝 놀라서 깨어나 새벽잠을 못 이루던 때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죠.
뚜꾸의 울음소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우선 예령과 동령으로 구분되는데, '갸르릉, 갸르릉'하는 일종의 맑은 가래 끓는 소리가 2 ~ 3회 들립니다 목청을 조율하는 모양이죠. 그리고, 본격적으로 '뚜꾸', '뚜꾸'하고 외치는데 대략 7 ~ 12회 정도의 수준입니다. 뭐 정해진 게 아니니까 태클걸지 마셈, 님들아 ㅎㅎㅎ
처음 한동안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빨래하는 아낙네들의 얘기소리를 듣다 보니 재미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뚜꾸가 우는 소리에 맞춰 뭐라고 반복적으로 떠들어 대는데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물어보니 "있다", "없다" 또는 "온다", "안 온다" 등을 뚜꾸의 울음 횟수에 맞춰서 함께 세어보는 거랍니다.
예를 들어, 애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젊은 아가씨는 뚜꾸가 한 번 울 때마다 "온다"와 "안온다"를 반복하는 겁니다. 그래서 뚜꾸가 9번 울면 "온다"에서 끝나니까 그날 애인이 찾아온다는 것이고, 10번 울고 더 이상 안운다면 뚜꾸가 야속한 거죠. 마치 우리나라에서 아카시아 나뭇잎을 하나씩 떼버리면서 놀이하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요즘 들어 저도 뚜꾸의 울음을 아주 잘 써먹고 있습니다. 여친이랑 이런 저런 얘기할 때 뚜꾸가 울면 울음 숫자를 세어보다가 짝수에서 끝나면 여친을 몰아세우는거죠 ㅎㅎㅎ '뚜꾸가 너보고 거짓말한대'라는 식으로요. 집나간 여친이 몇시까지 돌아오겠다고 전화로 얘기할 때도 울지도 않는 뚜꾸를 팔아먹기도 하고요.
게으름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언제 한 번 뚜꾸 사진을 찍어서 구경시켜드릴께요.
그럼...
출처 : 가자 아름다운 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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