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축복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우리네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우리 인생이 뭔가를 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처럼 고단한 인생이 어디에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하루하루가, 매시 매분 매초가 내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의 장으로 탈바꿈되어 치열한 전투를 준비하는 고달픈 삶을 체험해야 되겠죠.
내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내 인생 목표를 달성하는데 유익했는지 혹은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를 두고 반성과 죄의식과 후회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야 하는, 소위 말하는 피조물로서의 숙명적인 삶을 살아야겠죠.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하얀 도화지와 같죠. 그래서, 그 위에 각각의 개인이 자기 나름대로의 그림을 그리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영적인 생활을 추구하고, 누구는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인생을 소비하고, 다른 이는 육체적 체험을 중시하고, 어떤 이는 타인의 삶보다 금전을 중요시하고, 개중에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신념을 갖기도 하고, 생이 의미 없음을 진작에 눈치채고 될 대로 살아보자는 사람도 있고, 배고픔을 가장 싫어해서 어떻게든 아둥바둥 살아보려고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것도 부족해서 자식들만큼은 그런 삶을 안 살게 만들겠노라고 공부를 독려하는 사람도 있고, 술에 취한 시간이 멀쩡한 시간보다 더 많은 사람, 깨어 있을 때도 잠든 사이에 꾸는 꿈에서의 행동보다 더 흐릿한 사람, 세계 최고의 왕국을 일으켜보겠노라는 사람, 우주의 신비를 파헤쳐보겠다는 사람, 분자와 원자를 거쳐서 소립자와 반물질 등의 미시적인 세계를 눈으로 확인하고픈 사람...
우리는 저마다가 부여한 의미에 따라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부모나 스승에게서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죠. 그렇든 말든 자기의 삶은 결국 자기가 선택한 것이니, 내가 내 도화지에 내가 원하는 색깔로 원하는 모양을 그렸는데 후회나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겠죠. 물론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하는 아쉬움은 남겠지만요.
사고의 중심은 항상 "나"지만, 나 외의 다른 모든 이들도 그들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나"입니다. 따라서, 그네들도 부모나 스승 혹은 주위 사람의 영향을 받아 자기네 인생을 나름대로 멋있게 색칠하고 있거나 색칠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네들이 어떤 색칠을 하였든,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실천하려고 노력하였건, 제3자인 내가 그 사람을 비난한다거나 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어떤 특정인의 행위가 모두의 이익에 위배될 때, 즉 모든 사람이 동일한 행위를 했을 때, 우리 인류의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되거나 단절이 될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그런 행위는 중지시키는 것이 맞죠.
강남역 사거리에서 모든 남녀가 키스를 한다고, 아니 더 나아가 더 심한 행위를 한다고 해서 그게 인류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니죠.
누군가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각한 불이익을 가한다면, 예를들어 세종로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권력자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찰과 군인을 동원하여 그들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또는 제3국의 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위배되기에 대량살상무기로 그 나라를 침공한다면, 이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되겠죠.
우리 인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최고의 축복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타인이 자기네 인생에 부여한 의미를 인정해주고 북돋아 주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만약에 누군가가 물리력을 동원하여 타인의 축복받은 인생을 심각하게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물리력을 동원하여서라도 이를 함께 제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겠죠.
우리네 역사란 것이 모두가 자기 인생에 자기 나름대로의 색칠과 모양을 씌우는 바로 그 인생의 특권을 확장하는 모양으로 진행되어 왔고, 불완전하나마 완성된 제도가 바로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우리네 인생에 의미가 없음을, 타인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자기네 삶에 부여함을 축복하고 축복받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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