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도에 걸쳐 이곳은 항상 구름이 껴있었고, 하루 한두 차례 비가 내렸죠.
이곳 세부에 내린 비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까미귄에는 마을 두 군데가 침수될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고요.
세부가 위치한 위도에서는 태풍을 경험하기가 힘듭니다. 바로 이곳이 열대성저기압의 생성지이기 때문이죠. 이곳에서 덥혀진 수증기가 거대한 구름이 되고 비가 내리면서 열대성저기압의 크기를 키우다보면 지구의 자전으로 인하여 서서히 북서진을 하게 되기에, 막상 태풍으로 발달할 때가 되면 그것은 이미 마닐라가 있는 루손섬 인근에 가있게 됩니다.
이번에는 4일씩이나 하늘이 복통을 호소한 것을 보면, 얼마나 큰 태풍이 만들어질지 궁금합니다. 대략 2 ~ 3일 내에 마닐라에 도착하고, 그러고 나면 4 ~ 5일 이내에 중국이나 일본 혹은 한국을 거쳐서 소멸하게 됩니다.
오전에 이발하러 자전거를 몰고 나갔는데, 집으로 올 때는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그로부터 한 시간 정도 경과된 이제는 하늘이 거의 완전히 개였네요.
말이 나온 김에, 오늘 오전에는 제 돈 내고 하는 이발 중에서 제일 저렴한 이발을 했습니다.
이사와서 처음하는 이발이기에 가이사노 몰 부근의 이발소겸 헤어샾까지 땀 흘려가며 자전거 타고 갔더니 남자 이발이 199페소 ~ 399페소한다고 적혀 있더군요. 이발과 머리감고 말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머리에 오일맛사지나 다른 추가 서비스가 결합되어 저런 가격을 형성하게 된거죠.
세부에서는 50페소짜리 이발만 하고 지난 달 마닐라에서도 100페소짜리 이발을 했는데, 확실히 관광객이 많이 오가는 곳이어서인지 비싼 이발소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집 부근의 현지인 이발소를 찾아보려고 돌아오다 보니 마침 어린이를 이발하고 있는 조그만 이발소가 보였고, 그래서 보는 즉시 망설임 없이 들어갔죠. 최근에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장점은, 차타고 지나칠 때에는 전혀 인식할 수 없던 온갖 종류의 조그만 가게들이 길거리에 엄청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적어도 백번은 지나쳤을 그 이발소를 오늘에서야 간신히 발견했다는 것도 신기한 것 중 하나였죠.
이발 의자 2개가 놓인 이발소에서 아이 이발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현재의 스타일대로 짧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거의 고등학생 머리를 만들어 놓았네요. 앞으로 두 달은 이발소에 갈 일이 없을 것 같네요.
눈썹도 좀 다듬어 달라고 했더니 나름대로 각을 잡아가며 잘 잘라주고, 면도 솜씨는 아주 기찰 정도로 흠잡을 것이 없더군요.
제 단골이던 세부 50페소짜리 헤어샾에 비해 단점이라면, 에어컨과 머리 감을 곳 그리고 인테리어도 거의 없는 작고 단촐한 이발소라는 것이고, 장점이라면 이발사가 빠끌라(게이)가 아니라는 것과 조금 더 저렴하다는 것이죠.
이발료를 30페소 요구하기에 팁까지 포함해서 50페소(대략 1,400원 정도) 줬는데, 세부에서 이발하는 것에 비해 결국 50페소를 아낄 수 있었네요. 세부에서는 제가 항상 50페소 팁을 주니까 머리 말릴 때에는 손가락으로 머리 지압도 해주고 어깨 마사지도 해준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게이들이다보니 조금 징그럽기도 하죠. 그래서, 돈도 아끼고 징그러운 아그들도 없어서 만족합니다. 단지 스타일이 조금 후져 보인다는 것이 문제인데, 기술의 차이인지 제 얼굴이 문제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아서...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는 하늘 대부분이 개어있더니, 이글을 작성하는 30여분 동안에 하늘은 다시 구름으로 가득찼군요. 아직 복통이 멎지 않은 모양이네요.
점심 먹은 것이 어느 정도 소화가 됐으니까 이젠 낮잠 자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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