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과대학 2학년 학생들이 세부시내의 양로원 비슷한 곳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을 방문해 점심식사를 자원봉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며 같이 가겠냐고 하기에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16명 학생들만의 모금으로는 큰돈이 안되니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죠.
어제 오후에 학교에 들렀더니 교수와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표가 와서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도네이션이란 용어 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네요 ㅎㅎㅎ
그래서, 물어봤죠, '도네이션을 얼마나 요구하는 거냐고'. 답은?
ㅎㅎ 'it's up to you'
그렇습니다. 불후의 명 대사가 나오죠. 당신 맘대로...
'나는 제대로 된 계획이 필요하다고 일찌감치 전달했었는데, 계획을 세웠느냐? 그러면 예산이 나올테고, 부족한 금액이 나오면 그것을 요구해야지 "잇즈 압 투유"가 뭐냐"'고 했더니, 계획은 있다는데 그냥 머리속에만 있는 모양입디다.
'만약에 계획이 없다면 100페소도 비싸고, 제대로 된 계획이 있다면 10,000페소도 많다고 할 수 없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는데, 알아들었는지 몰라도 자기네 끼리 궁시렁거리고, 교수도 열받아서 몇번씩이나 계획을 세우라고 전달했고 또 계획을 세웠다면서 왜... 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아그들을 두어번 훈계하다가 안되겠으니까 아이들을 불러모아놓고 직접 필요품목과 개략적인 수량을 산출하고 예상단가까지 곱한 후 산출내역을 만들어 대표에게 들려줬고, 대표가 그 종이를 들고와서 보여주는데...
필요금액 23,500
갹출금액 10,000 (학생 16명 × 500페소, 지도교수 2,000페소)
부족금액 13,500
10,000을 기부해야할지 5,000을 기부해야할지 고민했었는데, 그 고민을 한방에 날려보내주던군요. 아떼 고맙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나오면서 학생들에게 한마디했죠. "나 너네 교수랑 함께 산다..." 아이들은 웃음보가 터졌고, 교수는 얼굴이 시뻘게졌죠.
교수의 조카가 그반에 있으니 학생들도 이미 다 알고있었겠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오늘 돈도 줄겸 아그들 4명이 물건 사는 것을 집까지 배달해 줄겸해서 다시 학교를 찾아가 함께 마트도 가고 짐도 옮겨주고 했더니 잔돈이라고 1,500페소를 돌려주더군요. 그래서 실제 기부금액은 12,000페소...
이제 기초체력이 많이 떨어져 기부금액이 제게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난 50여일간 비싼 술집에 돈갖다 바친 일이 없기에 하루밤 술값밖에 안되는 돈이라 생각하니 뭐 그리 큰돈이라는 생각은 안드는군요. 96명의 노인에게 보내는 선물치고는 초라하다고 할 수도 있겠죠.
봐서 이달이나 다음달부터는 코피노봉사단체에 가서 잡일이라도 좀 도와볼까 하는데, 주식이나 팍팍 올라서 힘이 되어주면 좋겠네요. ㅎㅎㅎ (옆집개가 짖고 있네요. 마치 '돈이 남아돌아서 봉사하면 누가 못하냐? 멍청이같이'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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