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나

석회석과 설탕

호린(JORRIN) 2011. 12. 20. 22:05

필리핀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눈으로 봐서야 전혀 모르지만, 끓여보면 알게되는 모양이에요.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경계 부위에 희게 뭔가가 응고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처음 세부에 와서 집을 얻어 커피를 끓여 마시는데, 돈을 아낀다고 이전 사람이 사용하던 주전자를 깨끗이 닦아서 사용했습니다. 어느날 커피를 끓일 물을 부으려고 주전자 두껑을 여니 바닥에 남아있던 물 속에 얇은 막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밥물 넘쳐서 생기는 것 혹은 대나무 속에 있는 얇은 종이같은 그런 것이 보이기에 물을 부어내버리고 대충 씻어서 다시 생수를 부어 커피를 만들어 마셨죠.

 

그런데 그게 날마다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경을 쓰고 보니 바닥에 허연 것이 코팅되어 있더군요. 주전자를 불위에 한참을 태워 제거하려해도 안되고, 물에 불리고 끓여서 박박 문질러도 거의 그대로 달라붙어 있더군요.

 

할 수 없어서 새로 하나를 샀죠. 그랬더니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습니다. 커피물과 쌀 씻는 물 및 국·찌게용 물은 항상 생수를 쓰고, 설겆이와 야채 씼는 용도로만 수도를 썼으니까요.

 

10월 저녁 어느 날, 운전하여 집에 오는데 갑자기 차 엔진 온도가 급상승을 하는 것입니다. 시동도 꺼지고...

 

혹시나 우범자들의 먹이가 될까봐 차를 달래가며 간신히 집으로 끌고와서 재우고 다음날 냉각수를 보충하여 잽싸게 닛산 정비소로 몰고가서 차를 점검하니 엔진에는 이상이 없다며 라디에이터갭만 하나 바꿔주는 것입니다.

 

불안하여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센터로 가서 협의 후에 라디에이터 냉각수를 다 빼봤습니다. 물이 빠져나오는데 모래같은 것이 잔뜩 따라 나오더군요. 약 4년간 차를 이용하면서 냉각수가 부족하면 수돗물로 보충하고, 그래서 라디에이터 내에 석회석이 생긴 것 같다는 추정이 가능했죠. 그것들이 냉각수 통로를 막으니 물이 돌 수가 없고, 그래서 과열이 됐던 거죠.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간에는 석회석이 많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면 치아가 부실해진다며 마시는 물만큼은 꼭 정제수나 생수를 마시라고 권고하곤 하죠. 실제로 필리피노들 중 제대로 된 치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하나가 빠지면 옆에 것들도 줄줄이 빠지기에 앞에서 보면 멀쩡하던 사람도 대화할 때 옆에서 보다보면 안쪽이 휭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필리피노들의 치아 손상이 수돗물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종업원들이 꼭 물어보는 말이 있습니다. "소프트 드링크스는 뭘로 하실거에요?"

 

"소프트 드링크스"란 "콜라", "사이다", "냉홍차"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한 병 당 설탕이 큰스픈으로 대여섯 숫가락은 들어가 있는 것들입니다. 식사 때마다 반드시 이것들 중에서 뭔가 하나를 먹는 것이 필리피노들의 습관이죠. "오늘 코크 병두껑 하나 따봤니?"가 코카콜라 캠페인일 정도로요.

 

보홀섬에서 로복강 투어란 것을 하면 배 위에서 뷔페 식사를 하는데, 소프트 드링크스는 공짜, 생수나 맥주는 일반 가격의 따블을 요구하니 전부 다 콜라나 사이다를 하나씩 받아서 마시더군요. 기본으로 제공하니 안 마실 수가 없죠.

 

저는 점심 때에도 물이나 맥주(산미구엘 필센)를 마시지만, 이네들은 식사 중에 소프트 드링크스나 "부코 쥬스(코코넛 열매의 물)"를 많이 마시죠. 게다가 저는 어지간하면 양치를 하고, 정 안되면 물로 헹궈내고 자이리톨껌을 이용해 충치를 예방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네들은 설탕 덩어리를 마시고는 그냥 그것으로 끝입니다.

 

오늘 저녁에 제가 사는 주택 단지 내를 한 바퀴 돌면서 걷고 있는데, 말만한 아가씨들 넷이서 쌀 1kg 정도를 사서 비닐봉투에 넣어 들고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양이면 대략 6공기 정도의 밥이 나오고, 이네들에게는 3인분 밖에 안되지만, 돈이 없으니 한 번에 그만큼만 사 나르는 것이겠죠.

 

식초도 50 ~ 100ml정도를 비닐 봉지에 덜어서 파는 것을 사다가 먹는 사람들이고, 가루비누도 우리 1회용 삼푸 보다 조금 더 큰 몇 그램짜리 소 포장을 사서 이용해야 하는 형편이니, 당장 불편을 못느끼는 치약과 치솔로 치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죠.

 

저는 함께 식사하는 필리피노들에게 설탕과 쌀 섭취를 줄이라고 권유합니다만, 그네들이 평생의 식습관을 제 말 한마디에 바꿀 리는 없겠죠.

 

필리핀 사람들이라면 좋은 직장 생활을 해야 갈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필리피노 식당에 가서 반찬 한 가지를 시키면 대략 밥 1/3 ~ 1/2 공기 정도의 양이 접시에 나옵니다. 저는 야채, 생선, 육류, 닭 등 이것저것해서 너댓가지는 시켜놓고 혼자서 다 먹죠.

 

필리피노 연인 한 쌍이 들어왔다면, 반찬 한 가지나 두 가지에 밥을 두 공기 시키고, 추가로 두 공기 시키고, 또 두 공기 더 시켜서 나눠먹곤 하는 모습을 봅니다. 무한 리필 냉홍차와 함께요. 대부분의 커플이 다 그렇게 하는 자연스런 모습입니다.

 

없는 돈에 배를 채우자니 비싼 반찬보다는 값싼 쌀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이네들은 남자나 여자나 임신 6개월 정도 된 여자처럼 배가 볼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은 그럴 여유도 안되고요.

 

설탕을 줄이고, 식후에 바로 양치하세요.

 

저는 50 넘도록 평생 치과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남들 입안에서 뭔가 갉아내는 소리도 그리 듣기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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