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나

축농증

호린(JORRIN) 2011. 9. 15. 18:39

먼저 조금 가벼운 주제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뭐 본인에게 가볍다는 뜻이지 타인들에게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학교 시절에 축농증에 걸렸었습니다.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독서는 매우 좋아했는데, 매일 업드려 책을 읽다보니 이 질병이 발병했다는데 다른 사람들을 보면 전혀 상관없는 이론으로 비춰지더군요.

 

어쨌거나 축농증을 갖고 살게 되면 코가 막히는 불편은 둘째치고, 머리가 맑지 못하고 기억력이 감퇴되는 등 학생으로서 앞날에 지장이 많으니 수술을 하자는 의사의 처방이 어린 나이여서 더욱 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나오면서 고민을 많이 했죠. 옛날이었지만 아버지가 보험회사 간부였고 대기업이라 직장의료보험도 적용되었으니까 수술비를 걱정할만큼의 가정 형편은 아니었기에 정말로 수술하라고 할까봐 걱정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축농증의 민간요법은 소금물로 코를 씻어낸다는 것인데, 충분한 양의 천일염을 물에 녹여 그 물을 코로 흡입한 뒤에 코나 입으로 다시 내뱉는 것입니다. 소금물을 코로 흡입하게 되면 아주 불편할 정도의 고통이 따르는데 어린 나이에 날마다 그것을 행한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수술보다는 나으니까 안할 수가 없었죠.

 

대략 몇 개월 동안 아침마다 그짓을 하다보니 코속에 가득 들어차 있던 뻑뻑한 콧물이 거의 없어져 불편함을 못느끼게 되고 또 요령도 피우고 하다보니 어느날부터인지 더 이상 소금물로 씻어내기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적어도 20년 이상 세수할 때마다 꼭 수도물을 이용해서라도 반드시 동일한 행위, 즉 콧속 씻어내기를 계속했습니다. 그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축농증이나 유사 증상이 없습니다. 단지 감기만 걸렸다하면 100% 코감기입니다. 간혹가다가 목감기를 함께할 경우도 있지만 코감기를 떼놓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중학생때 축농증 수술을 받았다면... 아마도 약이나 수술에 의존하는 삶을 지금껏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기술이 열악해서 의사 설명이 입술 양쪽 위를 눈밑까지 째고 어쩌고 했는데, 흉터도 남아 있을테고, 후유증도 남아 있겠죠?

 

수술이 능사는 아닙니다. 우리 몸은 자연 치유력이 있어서 조금만 도와줘도 쉽게 낫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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