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10월 1일까지 참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10월 2일부터 다시 느림 모드로 전환하였는데, 일상생활을 주기적인 리듬으로 맞추기 위해서 여유를 부리다 보니 한 달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규칙적인 리듬을 갖는다는 것이 참 힘드네요.
운동 다음날에 너무 피곤해서 낮잠을 조금 자게 되면 그날은 밤잠이 안 오기에 그 다음날 기상시간이 달라져서 하루가 엉망이 되고, 그래서 8월부터 너무 바빠서 생략했던 아침저녁 명상도 이런저런 핑계로 아침 명상만 3 ~ 40분 정도 며칠 하다가 리듬이 안 맞아서 건너뛰기 일수고...
10월 중순 경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냥 10월 한 달을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그 동안 미뤄놓았던 숙제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사랑의 불시착"을 작년에 각각 6회 정도까지 보다가 미뤄두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것과 다른 것들을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나친 폭력성 때문에 끝까지 달리지 못하고 중단하였었는데, 며칠에 걸쳐서 나머지 3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이정재 주연의 "신세계"를 시청하다가 여자 경찰이 드럼통에 들어가 있는 장면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중단하고 말았던 경험이 있는데, 그래도 "오징어 게임"은 끝까지 시청했으니 성공했다고 할까요?
"사랑의 불시착"도 8회부터 마지막까지 완주하였습니다. 이 역시 집중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원래 몇 십년 동안 개그콘서트 외에는 TV를 거의 보지 않았기에 모니터 앞에 앉아서 시간 때우는 것이 많이 힘들었는데, 개그콘서트 없어진지도 한 3년이 다 되어가니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시청 습관이 완전히 없어졌는지... 그래도 하루에 0.5 ~ 1편씩 억지로 감상하며 완주하였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파친코", "미스터 선샤인", "수리남", "1987", "모가디슈", "나의 아저씨" 등 시청하려고 마음먹은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 시청 목록에서 지우는 속도보다 새로 추가하는 속도가 더 빠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오늘 저녁 식사 전후에 걸쳐서 "Heaven is for real"이라는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을 다운로드 받아놓았었는데, 일요일이고 하니 종교적인 색채가 있는 것 하나를 목록에서 지우려고 덤벼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주인공 목사 부부와 교회 집행부의 신앙에 대한 사고방식이더군요.
목사 부부의 아들인 4살 난 꼬마가 맹장수술 중에 천국을 경험했다고 하니까, 그게 마치 중범죄나 되는 것처럼 취급을 하더군요.
그래서 목사는 아들의 천국 체험을 인정한 죄로 교회에서 쫓겨나기 직전까지 내몰리고, 심지어 아내에게서도 싫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교회 집행부는 목사가 강론 중에 신도들에게 아들의 천국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봐 안달이고요.
예수교 신자들은 "예수"와 "천국"을 입에 달고 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오히려 그런 체험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것을 보자니 참으로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영화에서 꼬마아이가 유체 이탈하여 자신의 수술 장면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불현듯 7년 전에 제가 낮잠을 자면서 경험한 것과 오버랩되더군요.
저 역시 꿈에서 침대에 누워 있는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러다가 어떤 목소리가 "준비가 되었느냐"고 묻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예"라고 대답하니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지구에서 멀어지는데... 그 순간 제게 불쑥 떠오른 생각은 제 옆에 누워 있던 사람에 대한 뒷일을 준비해놓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그 생각과 동시에 "나라고 인식하고 있는 주체"가 순간적으로 제 몸속으로 내동댕이 쳐졌고, 그래서 그 충격으로 깨어나서, 그날부터 제 죽음에 대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살아 남아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네요. ㅎㅎㅎ
내일은 또 이용의 노래를 들으며 한 달을 마무리하는 날이네요.
한 달 내내 게으름을 부리고 있자니 처리해야 할 것이 많이 밀려 있어서 내일은 바쁘겠습니다.
프린트하여 구청에 제출할 서류도 있고, 아마존에서 직구한 물품이 배달사고가 났는데 그것에 대한 사고 신청 보완 자료를 만들어 보내줘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드라마도 봐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평생 동안 생리 욕구의 만족 외에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50을 훌쩍 넘겨서 어느 순간 하고 싶은 것이 하나 생기더니, 요즘은 하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 쌓여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 서른 살 가까이 될 때까지는 부모의 도움으로 살다시피 했고, 그다음 30년 가운데 한 20년은 정말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았고, 나머지 10년 정도는 세상 편하게 한가하게 살았는데, 어쨌든 자기 힘으로 살았습니다.
제가 이번 생을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뭐 지금 당장 죽어도 별 아쉬움이 없지만, 만약에 제가 90살 정도까지 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것은 제가 이 몸으로 강산이 세 번 정도 바뀔 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뒤늦게 가지게 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기대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겼습니다.
그리고 제가 담배를 끊은 것도 30년이 경과하였고, 술을 멀리한 것은 7년이 훌쩍 넘었네요. 뭐 2018년 연말에 한 일주일 정도 신나게 마신 적이 있지만, 그로부터도 4년이 다되어 가는군요.
게다가 저는 원래부터 채식을 좋아하였지만, 술을 멀리하고 나서부터는 동물성 단백질을 가뭄에 콩 나듯이 섭취를 하고 있으며,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대한 기억에서 오는 분노나 결코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제 마음을 가지고 노는 시간을 많이 줄여놓았으니, 이러다 잘못하면 제가 100세까지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시간은 충분할 수도 있겠네요. 몸만 따라준다면 말이죠.
흠... 건강해야겠어요. 벽에 똥칠하면서 사는 것은 사는 것도 아니잖아요. 스스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이죠.
오랜만에 주절주절하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나마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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