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개인적인 부분을 떠나서 사회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제게는 끔찍했던 한 해였습니다.
문제는 그런 날들이 앞으로 4년 이상 남았다는 것입니다.
각자도생, 내로남불, 후안무치, 검찰국가…
그런 와중에도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보람이 있었습니다.
우선, 스스로 최악이라고 평했던 제 필체도 인위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하였고, 녹슬었다고 생각했던 두뇌가 그저 장식용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읽고, 쓰고, 타이핑하고, 외우느라 5개월을 바삐 보냈습니다.
언제나 이전보다 더 큰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임을 또다시 확인하였습니다.
둘째는, 그 나머지 기간 동안은 제가 좋아하는 CWG 시리즈 5권의 영한대조본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게 바로 오늘 아침에 종료되었다는 것입니다. 읽다가 문장이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은 저자 Neale과의 문답, Reddit을 통한 원어민들과의 문답 등을 통해서 번역문을 한결 더 매끄럽게 만들었다는 것이 저를 아주 기분 좋게 만듭니다.
제 작업을 기준으로 하면, 원서가 1,506페이지, 그래서 한글 번역도 1,506페이지입니다. 기존에 출판된 다른 사람들의 번역본이나 일반 도서와 비교하면 한 페이지당 내용물이 더 많으니까, 실제 페이지 수는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셋째는, 많이 건강해졌다는 것입니다. 많이 걷다 보니 발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하루에 12km 전후, 일주일에 5일 정도 걷고 있는데, 요즘 같이 아주 추운 날에도 외투를 벗어 들고 얇은 티셔츠와 러닝셔츠만 입고 등에 땀이 배길 정도로 성큼성큼 걷습니다. 평지에서의 평균 보폭이 87cm 이상 나오기에 설렁설렁 걸어도 다른 사람들을 쉽게 추월합니다.
누구나, 언제나, 그러하듯이, 저 또한 갑작스런 충동으로, 7kg의 배낭을 지고서 하루 35km를 걷는 것을 목표로 체력을 키워 나가기로 결심하였는데, 부지런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Buen Camino!를 외치면서 Santiago de Compostela를 향해서 걷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오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넷째는, 나름대로 인생의 목표가 많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제 마음이야 항상 평온하지만, 미래에 대한 조급함 마저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우선 마음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상을 선정하였는데, 그 결과로 아마존을 통해서 What God wants, Tomorrow’s God, The New Revelations이라는 책 3권을 구매하였습니다.
종이책을 읽기 어려울 만큼 눈이 많이 노화되었기에, 틈나는 대로, 눈이 견딜 수 있는 만큼, 해당 서적을 워드 파일로 만드는 것이 내년의 목표입니다. Conversations with God 4도 몇 년 전에 아마존을 통해서 구입하여 두어 번 읽고 내버려 두고 있는데, 그것까지 포함해서 읽고 타이핑하다 보면 2023년이 짧게 느껴질 듯합니다.
내년에는 위 4권의 영어 원문만 일단 워드 파일화시켜 놓고, Friendship with God을 포함한 5권의 영한대조본을 만드는 것은 다음에 여건이 허락하면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항상 마음에 드는 일만 한 것은 아닙니다.
더러운 놈 낯짝을 보기 싫어서 뉴스와 세상사에 무관심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가라고 할만한 것이 너무 없어서 유튜브에 빠져들게 되었고, 이것 때문에 하루 두세 시간은 쉽게 낭비합니다. 서류와 도면 작성 등 해야 할 일은 자꾸 쌓여만 가는데, 유튜브는 마치 마약처럼 두뇌를 흐리멍덩하게 만들어 자꾸 이것저것 클릭하게 만듭니다.
내년에는 정해진 시간표를 잘 지켜서 쌓여 있는 일거리를 많이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인생이 하늘의 달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득참을 향해서 이동하고, 그러고는 완전한 비어 있음을 향해서 움직이는 달처럼, 제 인생도 바쁘고 혼잡하다가, 한없이 느긋하다가, 다시 바쁘고 혼잡하다가, 다시 느긋해지는 리듬 속에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인생만 그런 게 아니죠. 사랑도 그렇고, 우정도 그렇고, 권력도 그렇고…
이제는 제 인생이 서서히 바빠져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이 나라가 더 나은 나라가 되게 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아내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일개 검사 또는 특정 권력기관이 국정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나라, 국민들이 부끄러움을 아는 지도자를 선출하는 나라, 사고의 다양성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하는 나라, 백 년까지는 몰라도 하다못해 50년은 내다보고 준비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추구하렵니다.
2024년에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Buen Camino에 대한 도전도 내년에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죠.
Buen Camino!
Happy New year!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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