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저는 참 행운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아무 음식이나 잘 먹습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 없이도 오랜 기간 동안 여행할 수 있죠. 단지, 한국 음악만큼은 듣고 싶어서 장기간 여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MP3를 챙겨갑니다.
세부에 와서 수시로 깐틴이라고 불리우는 현지인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합니다. 대학교 구내식당도 깐틴이라고 표기되어 있더군요.
우리나라 고속도로휴게소에 가면 부페식으로 음식을 골라먹는 곳이 있는데, 깐틴도 똑 같은 방식으로 주문이 이뤄집니다. 차이가 있다면, 미리 작은 그릇에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솥 채로 혹은 남비 채로 전시가 되어있죠. 간혹 뚜껑이 불투명하여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솥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뚜껑을 열어봐도 무방합니다. 대부분의 큰 솥은 내용물을 볼 수가 없게 되어 있는데, 특징적인 외형의 밥솥(대부분 사람들의 손길이 안 닫는 곳에 두지만 음식과 함께 두는 곳도 많습니다) 외에는 국물 음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바로 이 국물 음식인데, 특히 생선으로 만든 국물 요리를 좋아하죠. 생강을 많이 넣고 끍여서 비린내가 전혀나지 않지만, 생강 냄새도 별로 강하지 않더군요. 우리나라의 생선 지리를 연상하면 딱 맞습니다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짜죠. 그래도 국물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짜지, 못먹을 정도로 심하게 짜지는 않습니다. 주문하면 생선 요리는 생선 한 토막, 조개 요리는 조개 몇 개를 떠 넣은 후에 국물을 가득채워 주죠.
그 다음으로 저는 채소 요리를 담아둔 냄비 두어 개를 손가락으로 가르킵니다. 그러면 커피 받침잔 크기의 접시에 각각 적당량을 덜어주는데, 대부분 다 먹을만하지만 특히 암팔라야(우리나라 이름 : 여주)가 좋습니다. 쌉싸름한 것이 식욕을 증진시키죠. 우리나라에서 고들빼기를 즐기는 이유와 비슷하지만 건강에 좋다니 별 생각 없이 먹을만 합니다. 가지를 절반 갈라서 그 위에 고명을 얹어 후라이팬에 기름 둘러서 구워낸 것도 맛있습니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양념 요리한 것들은 대부분 맛이 좀 달콤합니다. 그래서, 저는 잘 먹지않지만,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 있는 깐틴의 경우에는 바베큐 초벌구이된 것도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주문하면 바로 그자리에서 재벌구이를 거쳐 쟁반에 담아줍니다. 맛은 일반 필리피노 식당에서 먹는 바베큐와 똑같이 양념없이 구워 담백합니다.
생선 구이도 항상 있지만, 필리피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방우스 등의 몇몇 생선은 잔가시가 많고 비린내가 심하여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토막내어 구워낸 생선은 대부분 가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커서 골라내기가 편하고 비린내도 덜합니다.
일반 깐틴에서는 이렇게 주문한 후에 자리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나 주인이 요리를 테이블로 날아다 주고, 식사 후에 계산하면 됩니다. 거창하게 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냐고 물어보고 그냥 지급하죠.
쇼핑몰 푸드코트에서는 남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큰 식판을 밀고 진행하며 주문하고 받아서 식판에 올리고, 이동해서 주문하고 식판에 올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계산대에 당도합니다. 그곳에서 아가씨가 내용물을 훝어 보고는 금액을 산출하면, 계산 후에 비어있는 자리로 가서 식사하면 됩니다.
저는 깐틴에서 식사할 경우에는 항상 '간장+칠리(작고 매운 고추)+깔라만시즙'을 합성해서 만든 소스를 만들어 밥을 비벼먹고 생선이나 고기를 찍어 먹습니다. 숱가락으로 칠리를 몇 군데 흠집 낸 다음에 눌러주면 충분히 즐길만큼 매운 맛의 간장 소스가 됩니다. 깐틴에서는 '칠리, 깔라만시, 블랙빈 소스'를 언급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먹으므로 바로 준비해주고, 쇼핑몰에서는 계산대 바로 앞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깔라만시가 안보이기도 하지만 주문하면 바로 가져다 주고, 어디에서든 무료로 제공합니다. 깔라만시가 없으면, 대신에 식초를 혼합해서 즐기면 됩니다.
깐틴에서는 맥주를 안 파는 경우가 많고, 특히 쇼핑몰 내의 푸드코트에서는 절대 판매 불가입니다. 일반 깐틴에서 만약에 맥주를 안 판다고 하면 옆의 사라사리스토어에서 사와서 마셔도 무방하고요. 더운 나라에서의 식사에 산미겔 필센 한 병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일반 깐틴에서 밥 한 공기와 반찬 4가지 정도를 먹고 계산하면 대략 80페소 전후가 나오는데, 55페소까지 낮춰본 경험도 있습니다. 쇼핑몰에서는 50% 정도 비싸게 나오는데 청결도에 있어서 뛰어나기에 별로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요것들이 가끔씩 2중 가격 체계를 적용합니다. 즉, 외국인들에게는 거의 더블 가격의 바가지를 씌우는 거죠. 조만간 로빈슨몰에 가서 모르는 척하고 저와 여친이 별도로 주문한 다음에 가격을 비교해 볼 예정입니다. 확! 엎어버리든지 해야지... ㅎㅎㅎㅎ
에어컨이 있는 그럴싸한 미용실에서 이발(바버)하면 머리를 깍아주고 뒤와 옆 면도해주고 감겨주고는 50페소 받습니다. 반찬 두세 가지의 한 끼 식사로 60페소... 저렴하게 여행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이곳 필리핀입니다.
참, 필리핀 내 한국 음식점이 비싸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던데, 절대, 네버, 전혀 비싸지 않습니다. 만약에 쇼핑몰 내의 깐틴에서 그런 정도의 밑반찬을 주문해서 먹으려면 훨씬 더 비싸게 나온다는 것이 저의 경험입니다.
쇼핑몰 푸드코트에 가면 레촌 바보이(훈제한 통돼지 구이)만 전문적으로 잘라서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잘라서 스티로폼 쟁반에 담아놓은 것 하나 구입해서 함께 드셔도 좋고요.
이제 A.S. Fortuna St.에 있는 KIONA GRIL에 가서 유부녀와 식사할 시간입니다. 케니 로져스를 꼭 빼닮은 양반이 통키타를 연주하며 들려주는 감미로운 올드 팝송이 정말 식욕을 올려주는 주말이니까요. 여러분들도 맛있는 식사를... 이미 하셨을 시간이네요 ㅎㅎㅎ
그럼...
'(~2011년) 필119카페 게시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필리피나 2 (0) | 2011.05.23 |
---|---|
[스크랩] 필리피나 3 (0) | 2011.05.23 |
[스크랩] Zamboanga의 휘발유 가격 (0) | 2011.05.23 |
[스크랩] Re:고급사료에 샴푸로 목욕하는 필리핀의 싸움닭 (0) | 2011.05.23 |
[스크랩] TOKU를 아시나요? (0) | 201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