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壬辰年

필리핀 물가와 생활비

호린(JORRIN) 2012. 8. 21. 13:06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 필리핀에서 살려면 한달에 얼마면 되는지 궁금해하니까 오늘은 필리핀, 특히 세부나 막탄에서 살아가는 비용에 대해 살펴보죠.


저는 혼자 살다보니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집에서만 생활하면 확실히 돈이 적게 듭니다.


막탄으로 이사와서는 비싼 한국식당을 이용하기 싫어서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는데, 호주산이나 미국산 쇠고기를 2 ~ 3kg 사와서 냉동실에 넣어놓고 조금씩 꺼내 먹으면 실질적인 비용은 얼마 들지 않죠. 1kg에 450페소하는 토시살 위주로 사오기에 혼자 먹으면 1인분 고깃값이 3천원도 안될테니까요. 삼겹살은 1kg에 250페소 정도.


거기에 기름장이나 쏘스, 밥 한공기, 늘상 먹는 김치와 야채와 찌게나 국, 맥주 한캔 정도면 위장에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습니다. 구태여 원가를 따지자면 6천원이면 되겠죠.


만약에 이것을 세부시내(만다웨시 포함)저렴한 한국식당에서 즐긴다면 쇠고기 2인분에 소주 한병과 밥 한공기가 대략 1,000페소 정도 합니다. 쇠고기를 삼겹살 2인분으로 바꾸면 500페소면 되기도 하고요.


막탄에 와서 삼겹살 2인분과 소주 한병, 그리고 밥 한공기를 시켜 먹었더니 1,050페소가 나와서 1,100페소를 지불하고 나왔었는데, 다른 식당들도 다 그렇게 비싸니 갑자기 100%나 늘어난 비용 때문에 심적인 부담이 늘어나서 한국식당에는 잘 안가게 되더군요.



현재의 페소화 환률이 대략 27원 전후인데, 저는 페소화로 표기된 금액을 환산할 때 두가지 기준으로 합니다.


우선, 내가 필요해서 지출하는 것은 그냥 간단히 25나 30을 곱해서 물가수준을 판단하죠. 예를 들어 필리피노 길거리 식당(깐틴)에서 반찬 너댓가지를 골라 밥 한끼 해결하면 80페소 정도 나오고 이발소에서 머리깎고 50 ~ 100페소 지불하니까, 거기에 25나 30을 곱해서 제 생계비 물가수준을 가름하는 거죠.


두번째는, 필리피노가 체감하는 돈의 크기를 가름할 때에는 거기에 500을 곱합니다. 즉, 100페소짜리 지폐라면 제게는 2,500 ~ 3,000원의 금액이지만, 필리피노에게는 한국인이 50,000원을 받는 것에 상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거죠.


서민들의 상징인 입주가정부가 1,500(식사 제공) ~ 2,500페소(식사 재료비 포함), 대도시의 식당이나 사무실 근로자들(비정규직)이 6천페소 정도(시골은 3천페소)이기에 여기에 500을 곱해보면 각각 125만원, 300만원이 됩니다. 여기서는 다른 혜택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되기에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더하여 연봉을 계산하면 각각 1,625만원, 3,900만원이 되겠지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6개월 근무 후에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고 몇개월씩 쉬어야 하고 출퇴근 대중교통비나 무급휴가를 반영한다면 실제 기대할 수 있는 연봉은 한참 작죠.


그래서, 필리피노들에게 뭔가를 해줄 때에는 500을 곱해서 대충 그 크기를 추정하여 결정한다는 것이죠.


작년에 USJ-R 대학교에서 기부를 요청해왔을 때 2,000페소, 4,000페소 ,15,000페소 등으로 그 크기를 달리한 것도 이런 제 나름의 잣대를 갖고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호텔에서 행해진 경영학과 팀별 발표대회에서 6 ~ 7명으로 구성된 2개의 우승팀들에게 즉석에서 1,000페소씩 봉투에 넣어서 시상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기뻐하던 학생들의 모습도 보았지만 지도교수로부터 한참 동안 아이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게되어 너무 행복하다며 고맙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우리돈으로 겨우 5만원 남짓한 기부가 많은 아이들에게 뒷풀이를 할 수 있는 기쁨을 줬다는 사실에 저 자신도 감격하였었죠.



이제 다시 화제를 돌려서 필리핀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문제를 돌아보죠.


앞서 언급한 바 대로, 세부시내 식당이나 그럭저럭 괜찮은 필리피노 고급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면 음료수나 주류비를 포함하여 대략 350 ~ 500페소가 듭니다. 거기에 혼자 먹기 심심하니까 한번씩 친한 한국사람이나 필리피노를 불러서 함께 하면 인원수만큼 금액이 올라가겠죠.


필리핀에서 제가 만날 수 있는 한국사람들은 두가지 부류겠죠. 돈을 벌러 온 사람과 쓰러 온 사람.


어느 사회나 마찮가지로 이곳도 돈 벌러 온 사람들간에는 알력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사기꾼 소리를 서로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처럼 쓰러 온 사람이 벌러 온 사람으로 돌아서는 순간이 되면 그네들의 십자포화에 맞아 장렬이 매장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 즉, 제가 한국인이라거나 나이가 많다거나 돈을 쓰러 온 사람이라는 핑계로 식비나 술값 계산은 제가 다하게 되죠.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번 저녁 자리를 갖는 것이 때론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일단 간편하게 외식비를 하루에 1천페소 한달에 3만페소 정도 든다하고 넘어가죠. 막탄에서는 횟수야 줄었지만 금액이 워낙 빡쎄서...


그나마 제가 KTV(한국 룸싸롱과 유사)로 2차 가는 것은 한사코 사양하기에 큰돈 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하죠. 지금까지 1년 8개월 동안 KTV에 네번 끌려 가서 맥주 몇병 마시고 노래 두어곡 부른 댓가로 각각 4,000페소 정도를 지불했지만, 만약에 아가씨까지 델고 나왔다면 1인당 3천페소에 호텔비에 팁을 지불해야하니 1만페소 넘어가는 것은 우습겠죠.


집 렌트비로 1년치 선불을 냈으므로, 작년에는 월 16,667페소, 올해는 월 12,500페소씩 지불하고 있는 셈이고, 관리비, 수도료, 전기료가 대충 2천페소 미만으로 나옵니다. 1M 속도의 인터넷이 1,000페소 조금 넘고, 휴대폰 선불로드가 월 800페소 남짓.


세부에 살 때에는 휘발류 주유에 월 1만페소 정도 지출하였는데, 요즘은 4 ~ 5천페소로 확 줄었죠. 자전거도 사고 가급적 집에서 식사를 하니까요.


자동차 수선 및 보험료(월 2,000 남짓), 자동차 리뉴얼(월 500정도), 비자연장(실제 지출 월 1천페소 정도)에다가 집에서 점심해먹는 식재료비와 커피, 과일, 맥주 등을 감안한다면 한달에 대략 6만페소 정도가 들겠네요.


거기에 추가 되는 것이 한달에 일주일 정도의 지방여행(대략 2만페소 정도), 각종 기부금(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한달에 3천페소로 잡죠), 남자이기에 써야하는 돈도 한달에 몇천 페소... 해서 전체적으로 한달에 9만페소는 그냥 기본적으로 듭니다.


최근에는 강아지를 한마리 샀고, 개목줄과 식기류도 샀죠. 그래서 식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10킬로짜리 사료 한포대에 1,200페소. 장난감 등등해서 한달에 1천페소 정도 늘어날 요인이 생겼네요.


지금까지는 5개월을 필리핀에서 살면, 1개월은 한국에서 살았습니다. 비행기표와 선물과 생필품 구입비용을 감안하면 1회 방문에 몇백만원은 그냥 나가게 되죠. 작년 11월에는 아낀다고 아껴서 250만원 정도, 올 5월에는 500만원 이상 나갔네요. 한국인으로 살아가기에 한국 방문을 안할 수도 없고, 그래서 이 중에 세부에서의 생활비보다 초과하게 되는 부분도 연간 예산에 반영을 해야죠. 추가 비용을 월로 나누면 월 1만페소는 가뿐히 넘어가겠네요.


일가친척들에게 보내는 각종 명목의 돈은 체류비용과 상관없으니 빼고, 위의 것만 합쳐도 한달에 10만페소가 소요됩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다닐 때에는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식대나 장비사용료 등을 내지 않았기에 큰 돈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냥 어쩌다 한번 술자리를 갖는 정도니까요. 강사 자격을 갖기까지는 돈이 들었지만, 취미활동이기에 이 부분은 제외하죠. 올 9월에 PADI강사 자격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럴려면 장비 200만원, 교육비 2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입니다.


<장비가 많이 낡았죠? 12m 자체 방수가 되는 디카를 하나 사서 기념촬영, 촬칵!>


참, 한국의 제 은행계좌에서 매월 빠져나가는 각종 통신비 등과 자동차 감가상각비까지 고려하면 1만페소 정도는 더 늘어나야 겠네요.


필리핀에 와서 지금껏 하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지출하고, 먹고 싶은 것은 사먹고 살았으니 줄이고자 하면 많이 줄일 수 있겠죠.


참한 여자 하나 구해서 집에서 먹고 머물고 있으면 엄청나게 절약할 수도 있겠죠. 여행 횟수와 외식횟수를 줄인다면 아가씨 때문에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지출을 감안한다고 해도 대략 2만페소 이상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두 남녀가 함께 좁은 공간에 있다는 것은 참 신경쓰이게 만들죠. 차라리 돈이 더 들더라도 자유를 택하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필리핀에서 살아가는 것이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적은 돈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는 대부분의 필리핀 거주 한국인들이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대료와 물가가 싼 필리핀에서 한국식당이나 다이버샾이 한국사람만 상대하고 한국보다 더 비싸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오랫만에 횡설수설 한번 해봤습니다.

'2012년 壬辰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뭔지...  (0) 2012.09.08
우리 강아지가 달라졌어요 ㅎㅎㅎ  (0) 2012.08.24
제 짝을 만들었습니다.  (0) 2012.08.15
Bohol에서 돌아와...  (0) 2012.08.08
구름 속에서 해가 나왔습니다.  (0) 201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