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壬辰年

새해 첫날 또 사고쳤네요.

호린(JORRIN) 2012. 1. 1. 22:15

간밤은 산위에 있는 수녀원에서 미사와 폭죽놀이감상으로 늦게까지 놀다가 잠자리에 들었고, 그래서 새해 첫날은 아침 8시 넘어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엄청 피곤하더군요. 특히 어제 아침에 운동을 조금 과해게 해서 더 했죠. 하루 세번 먹어야하는 약 때문에 할 수 없이 일어났다가, 오후에 2시간 정도 더 잤습니다.


앞으로는 내용도 의미도 모르는 카톨릭 미사에의 참가는 지양하고, 가급적 평일 오전에 한번씩 들러서 명상이나 좀 하다가 오려고 합니다. 수녀원의 허락도 받았고요.


자정을 전후하여 이곳은 완전 전쟁터였습니다. 얼마나 폭죽과 폭음탄을 쏴대는지 허연 폭연이 도시를 뒤엎고, 새벽 한시 넘어서 산밑으로 내려와보니 마치 안개낀 것처럼 운전이 힘들 정도였습니다.


오늘은 아무리 일요일이지만 새해 첫날인데하는 마음에 모든 스케쥴을 뒤바꿔 버렸습니다.


일요일이면 남들 절이나 교회에 가서 종교생활하는 것을 본받아 저도 가급적 오전에는 신나이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피곤하기도 하여 그냥 새해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시간표도 만들고, 목표도 어느 정도 정하고...


그러다가 야후 메일을 클릭하니까 세부퍼시픽항공에서 보내온 메일이 있네요. 읽어보니 1페소(27원)만 내면 세부(Cebu)시에서 왠만한 필리핀내 도시로 가는 항공권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죠.


작년에도 민다나오섬에 있는 다바오city와 삼보앙가city를 그런 프로모 메일에 자극받아 충동구매했는데, 이번에도 낚시밥을 물었습니다.


필리핀의 7,100개가 넘는 섬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남한 크기와 비슷한 섬이 바로 그 악명높은 민다나오섬이죠. 이슬람 반군, 아부사얖.


그 섬 남동쪽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다바오시가 있고, 남서쪽에는 적도의 라틴도시 삼보앙가시가 있습니다. 삼보앙가는 몇일 전에도 시내에서 폭탄이 터져서 열명 이상 사상자를 냈죠. 저 이래뵈도 지난 4월에 그 곳을 일주일간 다녀온 사람입니다. ㅎㅎㅎ


<증명사진 올립니다. Fort Pilar라는 ㅁ자 성채의 한쪽 벽면 외곽을 활용한 카톨릭 교회입니다>


섬의 북쪽에는 2주전쯤에 폭풍우라는 물폭탄이 터져 1,000명 이상이 사망한 카가얀데오로(Cagayan de Oro)시가 있습니다. 바로 이 도시의 교외에서 광산업을 한다는 한국인 3명이 납치되었다가 풀려났는데, 그 중 한명은 수술 후 한달 전 쯤에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었죠.


제가 행선지로 정한 곳이 바로 이 카가얀데오로시입니다. 도시 자체는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이삼일 정도 도시 구경이나 하고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까미귄(Camiguin)섬으로 배타고 넘어갔다가, 세부로 올 때에는 소형비행기나 페리를 이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죠.


항공료는 1페소지만 유류할증료및세금과 온라인관리비를 포함하니 우리돈으로 12,300원 정도 나오네요. 2월 초면 제가 복용하는 한약도 끝날 때가 되어 그때쯤 방문하는 것으로 발권하였습니다.


신께서는 우리가 미처 청하기도 전에 답을 보내주기에, 저도 올해 새로 수립한 스케쥴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리라 믿고 미리 포상을 준비해둔 것이죠.


뭐, 그리 힘들 것도 없는 일정입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를 고려하여, 일단 운동은 당분간 안하기로 하였습니다. 운동이란 것도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탄력이 붙으면 자꾸 몸을 더 피곤하게 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편도선염 치료에 오히려 더 악영향을 끼치나 봅니다. 지금껏 방치해둔 육첸데 한달여 더 놔둬보죠, 뭐.


골고루 먹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니 육식도 조금씩 곁들여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그것은 상황을 봐서 대처하려고 합니다. 혼자 있으면 워낙 변덕이 심하다보니 ㅎㅎㅎ


오전은 명상과 "~ with God" 원서 정독, 오후는 낮잠과 영어공부와 산책, 저녁은 생필품 쇼핑과 인터넷과 독서로 시간표를 채워놨습니다. 명상은 지금껏 수차례에 걸쳐 시도해보았지만 제 적성에 안맞아 포기했었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해낼지 조금 걱정이네요. 호흡이나 자세 등 명상에 대한 모든 것은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한번 읽어본 내용을 흉내내는 것이어서 효율도 많이 떨어지겠죠. 신기한 것은 피곤해도 호흡에 집중하면 잠은 안오더군요.


한달 찐하게 공부하고, 포상휴가는 Cagayan De Oro City와 Camiguin Island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