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壬辰年

Sinulog축제(토요일)

호린(JORRIN) 2012. 1. 15. 00:11

세부시는 지금 몇일짼지 몰라도 계속 시끄럽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몇일 전부터 폭음탄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터지고, 크리스마스 이브와 새해맞이하는 12월 말일은 산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보이는 모든 곳에서 폭죽을 쏴 올리더군요. 낮에는 폭음탄, 밤에는 폭죽과 폭음탄...


한가지 좋은 것은 폭음탄이 여기저기서 터지다보니 개들이 꼬리를 말고 아주 조용해졌습니다. 잡것들이 시끄럽게 설쳐대더니 아주 꼴 좋습니다 ㅎㅎ


오늘도 저녁 8시경부터 한시간 이상 불꽃놀이가 펼쳐졌습니다. 오늘은 대형쇼핑몰 한곳에서만 벌어졌죠. 세부시와 세부주에서 벌이는 공식행사이기 때문이죠. 뭐, 폭음탄이야 장소나 주체를 가리지 않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주택단지인데 새해들어 한 몇일 조용하더니 간밤에는 새벽 4시 넘어서도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어느 집에서 저리 화려하게 파티를 여는지... 지금도 여기저기서 대형 가라오케기계를 틀어놓고 놀고들 있습니다. 정말로 12월부터 뽕을 뽑고들 있습니다.


하지만, 이 떠들썩한 행사도 내일 밤이면 끝날 듯 싶네요. 이유는 지금이 시눌록축제기간이기 때문이죠. 1월 세쨋주 일요일이 축제일인데, 축제준비는 12월 초부터, 축제기간은 1월 5일부터 28일까지입니다. 축제전날인 오늘과 축제일인 내일 행사가 가장 크다고 하죠.


그래서 점심을 일찍 먹고 모처럼 카메라를 챙겨 걸어내려갔습니다.


단지 입구에서 대로변까지는 오토바이(10페소)를 얻어타고, 대로에서는 지프니(미군지프를 개조하여 크게 만든 이곳 대중버스. 현재는 개조가 아니라 그냥 그런 형태로 만들고 있음)가 오지않아 이번에는 불법 오토바이(20페소)를 한번 더 타고 이동 후에 지프니(7페소)를 타고 가다보니 축제로 인하여 진입로를 차단하였기에 약 1km 정도를 걸어서 행사의 중심인 로터리로 이동했습니다. 이름하여 푸엔테 오스메냐 써클(Puente Osmena Circle). 주변 진입도로는 이미 다 차단되어있고, 로터리 중심은 두달째 각종 행사장과 포장마차촌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로터리 중심은 요런 모습이죠.

정 중앙에 탑이 있고, 주변 공간은 포장마차와 테이블 및 의자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손님이 없는 오후 1시 반정도여서...



지난 12월 초부터 한쪽편에 저런 탑도 세워놓았죠. 하단에 보면 붉은 색의 어린예수그림이 있습니다. 세부에서 제일 넓은 도로를 타고 올라오면 정중앙으로 눈에 제일 잘보이는 곳이 바로 저 탑이 위치한 곳입니다.


탑 뒤에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이 로빈슨 플레이스(Robinson's Place)라는 쇼핑몰입니다. 잠시 후에는 저 쇼핑몰 앞으로 퍼레이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쇼핑몰 앞으로 가마에 탄 예수상이 지나가고 있네요. 오후 두시 조금 넘었습니다. 뒤에는 밴드가 따라가며 음악을 연주하고, 그 뒤에는 세부주지사가 따라오더군요. 예수상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라오죠. 좌우로 늘어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많고요.



좌측 노란 옷에 얼굴이 크게 보이는 여자가 주지사입니다.



복사가 들고 다니는 향로에서 나는 냄새를 난생 처음 맡아봤는데 나무타는 냄새가 좋더군요. 향로를 들고 있는 복사는 아주 촐랑거리며 계속 흔들어야 합니다. 안그러면 꺼지나봐요.



예수상을 따라가는 군중들.


저는 1km 정도 따라가다 말았습니다. 따라가지 않고 서있는 여자들에게 물어보니 목적지인 산토 니뇨(Santo Nino)성당까지는 너무 멀어서 포기하는 것이 빠르답니다. 안그래도 걷기 싫었는데 잘됐다하고는 발길을 돌렸죠.



행사코스 주변의 건물 앞에 자기네들끼리 구경하려고 2층 높이의 관람석을 조그맣게 만들어두고는 그 중앙에 어린 예수상 셋에 성모상 하나 모두 네개의 상을 안치해놨네요. 관람석은 내일 오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듯 합니다.



이곳은 시에서 로빈슨몰 앞에 설치한 시설물인데 아기예수상이 유리안에 안치되어 있군요. 저 뒤에 육교가 보이죠. 사람들이 많이 있고, 여전히 도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상이 행진한 그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교로 올라가봅니다. 뭐, 볼 것 없나하는 마음에...



아, 이번에는 마리아 상이 오고 있군요. 앞에 복사가 피우는 향로의 연기도 보이고, 마리아 상 주변만 진행요원들이 정리해서 조금 한적하지 앞뒤는 아주 빽빽하죠. 예수상이 지나간지 거의 한시간 후에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시간 여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는데 앞으로 올 사람들이 더 많군요.



버진 마더. 천주교는 성모 마리아교라 할 수 있죠. 그래서 그런지 무릎꿇고 기도하는 수녀의 모습도 참 아름답고 애잔하죠.



마리아상 뒷모습입니다.



그 마리아상의 뒤를 쫒아 걷는 사람들. 반대편 차로는 그래도 조금 여유가 있습니다. 왼쪽으로만 행렬이 진행하다보니 오른쪽차로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이용하죠.



푸엔데 오스메냐 써클 앞에서 사람들이 많아서 진행이 느립니다.



한참 있다가 다시 뒤를 돌아봐도 뭐 여전히 저~~~~~~뒤까지 사람의 물결. 반대편 차로도 저~~~~뒤까지 사람들이 보이네요.



그 틈에도 육교 아래에서는 헤나를 그리며 돈버는 장사치와 굿보다 떡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이 여럿 보입니다.



같은 육교 아래에서는 이 할아버지가 즉흥곡을 연주하며 아주 신바람이 났습니다. 막대기 세개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나무로 만든 실로폰을 열심히 연주합니다. 동냥하는 사람에게도 돈을 주는데 남을 신나게 하는 사람에게 돈을 아낄 필요야 없죠.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연주 도중에 약 1분 정도씩 쉴 때가 있습니다. 우측에 보이는 동전함을 얼른 비우는거죠. 블루오션이어서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더군요. 대부분 필리핀 사람들이 돈을 넣습니다. 아기 안고 다니며 구걸하는 아주머니들이 좀 배워야할 듯...


피곤해서 푸엔테 오스메냐 써클에 가서 생망고쥬스(20페소)를 마시고, 생수 작은 것(15페소)을 사서 마시며 한참 쉬고 있다가 다시 육교로 왔더니, 이번에는 다른 행렬이 오고 있군요. 뭐 앞의 마리아 상과 이번 동상 사이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이번에는 아예 미어 터지는군요. 반대편 도로도 걷기 힘들정도로요.




보입니까? 보호유리 안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죠.


아기예수상입니다. 산토 니뇨 교회는 1500년대에 세워졌는데, 몇차례에 걸쳐 화재가 나고 재건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저 어린 예수상이 온전하게 발견되었는데 제작년대는 몰라도 제작기법 등을 고려했을 때 몇백년은 된 것으로 추정되죠. 그래서 "그 잦은 화제에도 온전한 것이 기적이다"라며 매년 1월 셋째 일요일에 저 상을 들고 시내를 행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Sinulog축제입니다. 시눌록은 "강을 모방한 춤"이라는 뜻의 이곳 시부아노 단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종 (검고, 희고, 노랗고, 심지어 최신 운동화를 신은) 아기예수를 들고 머리에 이거나 안고 행사에 참가합니다. 아기예수는 달라도 저 옷은 공통적입니다.



샘플을 보고 나니 이제 아기예수가 어느 정도 보이죠? 오리지날입니다.



사람들이 손을 든 것은 아기예수상이 지나갈 때 뒤따라오는 악대에서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손을 흔드는 모습입니다. 한손을 들어올려 애인을 떠나 보내듯이 천천히 좌우로 흔드는데, 그래서 이 행사를 시눌록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뒤따라오는 사람들. 반대편 차로쪽입니다. 이쪽 차로도 걷기 힘든데, 저쪽 차로는 그냥 밀려다닌다고 보면 될겁니다.



이 아그들은 저녁에 야외공연할 준비를 마치고 푸엔테 오스메냐 써클에서 놀고 있더군요. 학창시절에는 저 행사가 치뤄질 때마다 길 양편에 늘어서서 양손으로 인간쇠사슬을 만들어 관중들을 통제하는 사역을 했겠죠.



사진 찍는 사람과 손 흔드는 사람들. 날리는 꽃가루와 장식된 꽃



2012년 시눌록도 서서히 멀어져 가는군요.



저는 카톨릭신자가 아니기에 저쯤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남보다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네시간 가까이 걷고 서있었더니 많이 힘들더군요.


카톨릭신자인 어머님을 대신해서 아기예수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 어머님, 자식들 걱정 좀 그만하게 해달라고요.


세부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런데, 오후 2시경의 성인 예수상이 지나갈 때부터 오후 4시반경의 아기 예수상이 지나갈 때까지 도로를 가득 메우며 지나갔던 그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을까요? 집으로 오는 길에 보니 그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노는 사람들도 엄청 많았는데 말입니다.


올 때는 역순으로 지프니(7페소), 오토바이(10페소)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토바이는 각각 5페소씩 팁을 더 줬기에 오늘 네시간에 걸쳐 망고쥬스와 물을 사먹고 이동한 총 비용이 99페소(2,700원 정도)네요. 아참, 5페소짜리 동전을 준 것도 몇번있네...


이상, 세부통신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