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눌록축제에서 아기예수(산토 니뇨)가 행진한 토요일 밤은 모처럼 잘잤네요. 그렇게 쿵쾅거리던 노랫소리가 왠 일인지 12되기도 전에 그냥 조용해지더니 밤새 안녕하더군요. 세상에 별꼴이죠.
알고보니 다음날 일찍 서둘러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그만 놀고 잠자리에 일찍 들었더군요.
저도 서둘러 대충 씻고 내려갔습니다. 오토바이를 하나 잡아타고 푸엔테 오스메냐 써클까지 간다고 했더니 80페소(약 2천원) 달랍니다. 그냥 저 밑에 가서 지프니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50페소로 내려가네요. 콜~~~
차량통제를 하고 있는데, 요리조리 잘 피해서 최대한 가까이 데려다주네요. 팁 포함해서 60페소 지급하고 고맙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참 저렴하게 살죠. ㅎㅎㅎ
그런데, 돈내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는 것을 이곳에서는 "하발하발"이라고 합니다. 즉, 영업용 오토바이를 부르는 말이죠. 그 뜻은 Doggie Style Sex인데, 워낙 성적표현이 자유로운 나라여서, 용어의 뜻이야 어떻든간에 아이든 어른이든 하발하발합니다.
참고로, 이곳 필리핀의 대중교통수단은, 간선도로는 지프니, 지선도로는 트라이시클(오토바이+1륜 탑승차량), 비포장이나 급경사가 있는 소로는 하발하발이 다닙니다. 택시가 있는 도시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통털어 10개 시가 안될듯하네요.
어제 그 미어터지던 현장으로 가볼까요?
토요일은 주인공이 아기예수죠. 그 아기예수를 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형 아기예수상을 들고 이고 나와서 온 길거리를 마비시켰는데, 일요일의 주인공은 PIT SENOR(세부를 지켜주는 카톨릭 성인)입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토요일은 종교행사이며 유일신의 적자라고 표현되는 예수의 어린이 때를 상징하는 동상을 받들어 모시는 날이고, 일요일은 축하행사로써 세부시를 지켜주는 성인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모든 세부주의 주민들이 함께 노는 사람들의 날입니다.
아침 8:30 어제 예수와 마리아와 아기예수가 지나간 쇼핑몰 앞 육교부근입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로터리 안쪽의 공터에 마련된 포장마차 의자에서 관람을 기다립니다. 저 너머로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팀이 보이네요.
아직 시작하려면 멀었기에 이곳에서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아봅니다.
바로 그 쇼핑몰 앞.
여기도 예행연습하면서 기다리고 있네요. 어제 저 육교 너머에서 주로 왼쪽 길을 타고 사람들이 물밀듯 올라왔죠. 오늘은 오른쪽 길로 내려갑니다.
다른 팀
여기도 한팀
화려한 복장의 또 다른 팀
화물트럭으로 만든 임시 관람대. 돈내고 보는 듯하네요.
대략 한바퀴 돌았으니 자리를 잡고 앉아야죠. 공연팀들이 로터리로 진입하는 초입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사진 찍기 조금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죠.
제가 자리 잡은 앞에서 대기 중인 팀.
각 팀은 다섯개 파트로 구성됩니다. 우선, 자동차로 만든 모형물(유명인이 타고 있기도 합니다), 그 다음이 이 사진과 같은 대표미인, 그 다음이 뒤의 공연파트, 그 뒤가 악단, 마지막이 각종 도구(일종의 무대배경)을 든 파트죠.
지금은 연습에 지친 공연파트가 앉아서 대기하고 있고, 저 아가씨는 카메라기자들(붉은 캐논티셔츠)의 집중세례를 즐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앉아서 쉬는 것도 촬영의 대상이 되죠. 기자들이 저리 설치다가 두어시간 뒤부터는 그냥 다 뻗어버립니다. 롤러브레이드탄 기자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던 기자도 있었는데, 한시간 쯤 지나자 그늘을 찾기 시작하고 카메라를 들 힘도 없어서 비실거립니다.
10시에 맞춰서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네요. 이제 이 아그들은 죽었습니다. 춤추며 100 ~ 200m 정도 이동하고는 5 ~ 10분짜리 공연 한번하고, 또 조금 춤추며 이동하고는 공연 한번하고, 그렇게 6km 정도의 마름모꼴 도로를 한바퀴 돌아 다시 이곳을 지나 약 1km 아래의 공설운동장으로 가서 대단원의 막을 내려야하기 때문이죠.
현재 몇십개의 다른 팀들은 그 6km의 군데군데에 쫙 늘어서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앞팀이 지체하면 뒷팀도 땀 흘리며 춤추다가 도로 위에서 햇볕을 쬐며 기다려야 합니다. 오후 4시 조금 지나니까 저 팀이 다시 오더군요. ㅎㅎㅎ
관람객들은 6km의 어디에 있든지 모든 퍼레이드 참가자의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모양입니다만 언어가 별로 시원찮아서... 피날레는 공설운동장에서 벌이는 모양인데 그곳에서 관람하려면 목숨 걸다시피 해야할 것 같아서 그 또한 저는...
이곳 경찰들은 PULIS라고 씌어진 자동차를 타고, 그렇게 쓰여진 옷을 입고 있습니다. 좌측의 권총차고 등뒤에 PULIS가 새겨진 옷을 입은 아그들은 경찰, 오른쪽의 등에 아무 것도 안적혀있고 각반을 찬 아그들은 경찰 수습생들입니다.
군데군데 군바리도 보이죠. 좌측 아그는 무전병인데, 안테나만 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때는 007가방 두개 정도 크기의 무전기에 수동 발전기며 예비 배터리만해도 한짐이었는데,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 그죠?
이 아그들도 경찰입니다. 일반 PULIS보다도 위에 있는 경찰이라네요.
앞의 공연파트가 지나가고 나면 뒤에 악단이 연주하며 따라갑니다. 드럼통을 잘라 큰북 대용으로 사용하더군요.
그 뒤의 무대벼경 등을 담당하는 파트. 이 네델란드 아그는 광적인 홀랜드 축구광의 모습으로 저기서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결국 시선끌기에 성공하여 티비 인터뷰까지 하더군요.
이 차량은 PALAWAN PAWNSHOP(전당포)팀의 선두차량입니다. 저 뒤에 두 아가씨가 연예인인 모양인데, 저야 뭐 모르니 참고만 하세요.
자,이상으로 대략적인 개요는 설명했고, 본격적인 관람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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