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壬辰年

세부에서 집을 얻을 때...

호린(JORRIN) 2012. 1. 7. 11:47

집 구하는 분이 도움을 요청하기에 제가 답글을 달아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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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을 올려볼께요.


저는 필리핀교민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렌트하우스 자료들을 다 읽어보고 대략적인 예산의 수준을 정하고 세부로 왔습니다.

현재 교민이 살고 있는 집들은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혹은 조금 가혹한 조건을 승계받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대부분이죠.

세부시내에 있는 풀 퍼니쉬드, 방 4개, 화장실 2개, 넓은 베란다가 있는 빌리지 내 2층집을 필리피노 주인으로부터 직접 안내 받았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집이 마음에 들고 월 2만페소면 싸다는 생각에 바로 그자리에서 마음속으로 결정했습니다.

주인이 렌탈조건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에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내 조건은 이렇다... 년간 20만페소 일시불, 노 디파짓.

주인이 바로 오케이하더군요. 그래서, 이전 세입자와 체결했던 계약서 양식을 달라고 해서 들고 호텔로 돌아가 필요한 부분을 수정하여 다음날 집주인 친구인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변호사가 수정하여 타이핑한 서류를 검토한 뒤에 이상없다고 하여 바로 변호사 앞에서 계약서 싸인, 돈지급, 계약서에 수령확인 및 서명, 변호사 확인 등을 거쳐 입주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집을 얻을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1. 가급적 대단위 빌리지 : 제가 사는 곳은 100채가 넘어가는 큰 단지입니다. 아침저녁에 골목길 구석구석으로 한바퀴 빨리 돌면 50분 걸립니다.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공기가 맑은 곳에서 운동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정문의 가드들이 확인하여 통과시키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소규모 빌리지는 가드 1명이 지키고 있어 안전도 문제고 택시잡기도 불편합니다. 트라이시클이나 오토바이가 단지내에 들어올 수 없어 공기도 맑습니다. 통신이나 전기회사에서 별도관리를 하기에 불편이 없습니다. 단지 내에 그 단지만의 상수도 저장탱크가 있고, 개별주택마다 별도의 소규모 저장탱크가 있어 물걱정도 없습니다. 나름대로 중상류층 필리피노들이 거주하여 친분을 넓히기도 좋습니다.

2. 산 중턱 : 공기가 맑고 야경을 내려다보며 맥주 한잔하기 좋습니다. 한번씩 폭우가 쏟아져도 침수에 대한 우려가 없습니다. 그런 날 내려가보면 낮은 지대는 차량 통행도 불가능하죠. 매연의 주범인 트라이시클과 지프니가 멀리 있기에 공기가 아주 신선합니다. 저지대는 뭐 눈에 안보여도 바로 옆으로 마후라가 고장난 오토바이와 지프니들이 한밤중에도 지나다닙니다.

3. 필리피노 주인과 직접 계약 : 대규모 빌리지 입구에 가면 경비실이 있고, 경비들은 어느 집이 렌트나와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으면 가급적 저처럼 깍으면서 일시불로 연간계약하세요. 계약기간 중 귀국할 경우에는 세입자가 승계자를 찾아 계약을 넘길 수 있다라는 조건을 계약서에 넣고요. 디파짓 2 ~ 3개월치는 못받는 돈이라 생각한다면, 엄청나게 절약할 수도 있고 고민도 없앨 수 있습니다. 한국분들이 이미 살고 있는 집은 기존 계약을 승계해야 하기에 네고나 조건 변경이 어렵습니다.

4. 미리 적정 렌탈비를 책정하고 들어오세요. 별것 아닌 것으로 이것저것 장점 얘기하는 것에 솔깃하다보면 렌탈비가 엄청 올라갑니다. 애기들 놀기에나 알맞은 수영장이 단지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가지 씌우는 집이 있는데, 애들도 처음 한두번 호기심 삼아 이용하지 별 흥미를 못느낍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해수욕장이나 물놀이 시설이 재미있지, 자기 혼자 무슨 재미로 놉니까?

5.풀 퍼니쉬드 : 1년 살면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냉장고나 전자제품, 침대, 소파, 그릇, 커텐 등을 그냥 이용하면 나중에 미련없이 떠날 수 있어서 편합니다. 노 퍼니쉬드는 집에 필요한 모든 것을 돌아다니며 직접 구매해야 하고 게다가 나갈 때는 누군가에게 팔고 나가거나 승계를 시키고 가야 합니다. 스트레스 많이 받죠. 풀 퍼니쉬드라해도 이전 사람들이 사용한 침대보, 식기류, 요리도구는 찝찝해서 별도로 사야합니다. 그 돈만해도 몇십만원 훌쩍 넘어갑니다.

6. 가능하다면 차량을 한대 구입하여 부부가 직접 운전하세요. 사업하는 것도 아니고, 세부가 복잡한 도시도 아니기에 느긋하게 운전한다면 운전기사나 택시이용으로 인한 심적고민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필리핀 도시들은 크든 작든 매연이 심하여 항상 외부공기를 차단하고 에어컨을 작동시켜야 하기에 자신이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자가용이 편합니다.

필리핀에서는 차의 주인이 바뀌거나 거주지역이 바뀌어도 차량 번호판은 폐차시까지 변경되지 않습니다. 세부에서는 마닐라 번호판과 세부시 번호판이 안전하고, 다른 지역 등록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량은 부품으로 수입하여 조립한 불법차량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검문의 우선순위이고, 페리를 이용한 타지역 여행도 불편합니다.

뭐, 대충 생각나는 것만...

성공적인 세부생활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