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종교와 신천지

호린(JORRIN) 2020. 2. 25. 11:05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는 "삶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처럼 답을 찾아내기가 어려운 주제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종교는 인간의 마음에서 불안감을 없애주고,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허물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의 원시 종교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와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음이 너무나도 명백하다.


대표적인 원시 종교인 예수교를 한 번 살펴보자. 예수교는 유대교, 천주교, 회교와 그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이 네 종교는 동일한 경전(일명 구약성경)을 기반으로 하여 선지자 혹은 메시아가 누군지에 따라서 서로 죽이고 살리는 짓을 2,000년 이상 자행하고 있다.


이 원시 종교들의 구조를 한 번 보자면, 제일 상단에 "신"이 있고, 그 밑에 "메시아"가 있으며, 그 아래에는 그 메시아를 추종하는 인간 무리들과 그 무리를 이끄는 "종교지도자"가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 종교를 믿는다는 인간 무리들은 종교지도자를 제일 먼저 받들어 모시고, 그 이유를 메시아의 가르침에서 끌어온다. 따라서, 신은 메시아보다 더 무시를 당한다.


그 결과로 개별 종교지도자의 언변에 따라서 종교는 세분화되고, 그래서 각자가 자신이 메시아의 발언을 올바로 해석한 사람이라며 정통성을 주장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믿는 자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종교지도자를 따르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성과 종교의 역할은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메우고, 무리들 가운데 설치된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나, 보라! 그들은 다른 무리와의 간격을 벌리고, 장벽을 더 튼튼하게 세우는 짓만 반복하고 있다.


예수는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서 폭력에 저항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예수를 앞세워 무수한 살해를 저질렀고, 그러고 나서는 자신의 믿음 - 예수의 가르침 - 에 따르면 그것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인간의 행위는 오직 자신의 믿음이 제시하는 규칙에 의거해서 이뤄져야만 하고, 그렇지 않은 다른 종교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즉, 다른 종교인과는 공생할 수도 없고, 그런 무리를 죽이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이 제안하는 행동의 규범이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정말로 유치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고, 누구도 완벽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기준선이며, 그러므로 세월에 따라서 혹은 종교지도자에 따라서 수시로 변하는 것이다.


여자의 배속에서 자라고, 여자의 배에서 나와서 기껏 한다는 소리가 여자는 사악한 존재라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여자도 사제가 될 수 있다고 선심을 쓰고 있다.

섹스는 생식의 목적으로만 해야 한다며 2천년이나 사람의 마음을 지옥에 가져다 놓더니, 이제는 즐기는 섹스 뿐만 아니라 동성 간의 결혼도 허용한다. 신이나 예수는 한마디도 첨삭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신은 전지전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신이 인간의 행위만큼은 통제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들은 신이 만든 세상에서, 신이 자신이 만든 악마에게 패배할 수도 있는 세상을 창조했다.

또, 신은 어디에나 있지만, 신도들은 그들의 사당에서만 신에게 말할 수 있을 뿐이고, 신의 가르침을 듣는 것은 오직 종교지도자만 가능하다.

신은 사랑이지만, 신이 만든 세상에서 우리가 특정 행위를 하면 신은 분노하고 질투하고 처벌한다.

이것이 그네들의 주장이다.


단순하게 하나만 생각해보자. 신이 누구를 질투한다는 것인가? 유일신의 사고방식 안에서도 신이 만들지 않은 무엇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자신이 만든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신이 자신의 피조물을 질투한다는 것인가? 그러면 인간의 자식은 부모의 능력을 뛰어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악마가 누구인가? 악마는 신이 만든 천사 중에서 신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겠다고 주장하는 인물 아니던가?


그런데, 이 원시 종교는 종교와 관련된 호기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특히 종교지도자나 메시아나 신에 대한 물음은 절대 가져서는 안된다. 오직 자신에 대한 물음은 가져도 되지만, 그 물음이 생겼다는 것은 믿음이 약해졌다는 증거이므로,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회개와 기도를 통해서 그 의문을 제거해야만 한다.


이것이 원시 종교가 살아남는 방식이고, 그 종교를 따르는 무리가 삶에 대한 의문은 지워버리고 오직 특정 행위에만 몰두하는 이유다.


종교는 인간에게 정직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종교지도자는 신자들에게 거짓을 말하라고 강요한다. 심지어 남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라고 권유한다. 그것도 종교적 박해가 일어나지도 않는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신천지가 도래한다고 하는데, 그런 주장 자체가 거짓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서도 안된다. 너희는 생각하도록 되어있지 않고, 생각은 내가 하는 것이고, 너희는 행동만 하면 된다는 것이 교주의 주문이다. 그리고 신도는 죽어서 천국에 가려고 현실을 부정하고 현재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우습게도, 그들의 메시아가 전한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제공하여 지상 낙원을 만드는 것이 신의 계획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종교지도자는 지상의 행복은 포기하고, 천국에서의 행복을 보장받으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거짓을 행하고, 남들이 물어보면 자신은 그 종교와 무관하다고 답하라고 가르친다.


또 다시 우스운 것은, 그와 똑 같은 사이비가 그 사이비를 보고 사이비 종교라고 손가락질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종교지도자는 메시아의 가르침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완벽하게 가르치고 있다면서 말이다.


자신이 믿고 의지해야 할 전지전능한 신은 왜 자신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고 메시아나 종교지도자를 통해서만 자신과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자신은 신과 대화할 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것이 자신이 믿는 신의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종교지도자의 마케팅 수단 때문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텐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오직 천사만 보내고, 오직 기적만 일으켰다".

새누리당인지 자유한국당인지 통합신당인지 하도 이름을 많이 바꿔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것들의 행태와 신천지를 위시한 원시 종교 집단의 행위를 바라보면, 나는 그들이 드러내는 것을 통하여 내 진실을 기억할 수 있고, 또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그네들을 비난하다가도, 그네들이 바로 "천사"임을 인정하게 된다. 내게 내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알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다.


이 상대계를 크게 양분하고 있는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에 감사하고,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을 축복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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