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이야기

지렁이

호린(JORRIN) 2020. 7. 21. 15:49

 

비가 잔뜩 내린 다음 날

차곡차곡 쌓여가는 게으름을 바라보는데

하는 일 없다고, 일손이 없다고

산자락에 가꾸는 텃밭으로 끌려갔다.

 

무심코 잡초를 뽑다 보니 지렁이가 나온다.

홀딱 벗고 나온다.

창피한지 몸을 비비꼬며 잽싸게 숨을 곳을 찾는다.

 

상추밭에서는 지렁이가 두 마리나 나온다.

이것들도 홀딱 벗고 있다.

딴짓하다 들킨 양 서두르지도 않고

제각각 다른 곳을 향한다.

 

고추밭에서는 마실이라도 가는지

지렁이가 한가로이 밭고랑을 걷고 있다.

홀딱 벗고 있는 여인네의 알몸처럼 보인다.

 

많이 그리운가 보다.

전화기를 들고 그냥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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