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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살이 이겹살 됐어요

오늘은 밥이 참 맛있네요. 제가 점심 때 밥을 지었는데 햇반보다 몇 배는 맛이 좋습니다 ㅎㅎ 아침에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를 맞으며 한 시간 동안 마실 한 바퀴 돌고 난 얼마 후부터 지금까지 비가 줄기차게 내려서, 저녁 운동도 못하고 안마 받으러도 못 가겠기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저녁을 맛있게 먹고나니 기분이 확 풀리네요. 여기와서 싸구려 전기밥솥을 하나 산다고 돌아다니며 보니까 뚜껑이 전부 다 전골냄비 뚜껑 같은 형식이어서 김 빠져나가는 구멍이 하나씩 있더군요. 구멍 없는 것을 찾아 몇 군데 둘러보다 포기하고 그냥 사서 쓰면서 처음에는 이쑤시개를 꺽어서 구멍을 막고 5 ~ 7인분씩 밥을 해먹다가 우연히 그냥 해보니 뭐 조금 설익은 맛이 나도 그냥저냥 먹을만하더군요. 그래서 지금껏 그렇게 밥을 지어..

수녀들과의 밤...

어제 저녁에 수녀원을 방문했습니다. 수녀원 내 성당에서 천상에서 들려오는듯한 수녀들의 노랫가락이 섞인 미사를 지켜보다가 그 경견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수녀들만의 미사인데다가 30여명의 목소리를 다 합쳐봤자 제 목소리보다 더 작게 들리는 애잔함 때문에 아무런 반주도 없이 리듬 섞인듯 읊어대는 기도문이 참 거룩게도, 신성하게도 느껴졌죠. 그러다가 마지막에 미사를 집전하던 수녀가 제단 비슷한 곳의 보관함을 열어 등불을 집어넣고 몇몇 남아있던 수녀들이 모두 바닥에 업드려 최고의 경배를 드리는 장면은 너무나 순결하고 거룩하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종교적인 용어나 의미는 모르지만 그네들이 찾고자하는 평화의 근원, 그 절대자에 대한 최고의 찬사, 생의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의 믿음을 ..

석회석과 설탕

필리핀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눈으로 봐서야 전혀 모르지만, 끓여보면 알게되는 모양이에요.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경계 부위에 희게 뭔가가 응고한다고 들었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처음 세부에 와서 집을 얻어 커피를 끓여 마시는데, 돈을 아낀다고 이전 사람이 사용하던 주전자를 깨끗이 닦아서 사용했습니다. 어느날 커피를 끓일 물을 부으려고 주전자 두껑을 여니 바닥에 남아있던 물 속에 얇은 막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밥물 넘쳐서 생기는 것 혹은 대나무 속에 있는 얇은 종이같은 그런 것이 보이기에 물을 부어내버리고 대충 씻어서 다시 생수를 부어 커피를 만들어 마셨죠. 그런데 그게 날마다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경을 쓰고 보니 바닥에 허연 것이 코팅되어 있더군요. 주전자를 불위에..

질병과 나 2011.12.20